장기화 우려까지 제기되던 관광산업 위축 현상이 풀리고 있다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관광 현실을 생각하면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주변국들의 유커 유치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관광 인프라는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품목에 치우친 쇼핑 위주 저가상품에다 그나마 가볼 만한 지역도 서울·제주도 정도다. 천편일률적인 매장과 상품구성,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관광상품 부족 등 유커들이 호소하는 불만은 시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니 한국을 다시 찾고 싶겠는가.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커의 한국 재방문 비중은 2011년 14.8%에서 지난해에는 11.6%로 감소했다. 체류기간도 같은 시기 10.1일에서 5.7일로 뚝 떨어졌다. 유커의 한국 관광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자칫하다가는 일본을 따라잡기는커녕 대만이나 태국·싱가포르에도 뒤처질 판이다. 일본은 가족관광비자 발급, 소비세 면세 확대 등의 유인책 덕분에 유커가 몰려들고 있다. 5월까지 방일한 중국 관광객이 171만여명에 달해 한국을 7년 만에 제쳤다 .
대만도 초대형 면세점이 들어선 진먼다오(금문도)와 중국 본토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 등 유커 잡기에 총력전이다. 태국은 정부가 나서 저가 패키지 상품을 근절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다. 요즘 중국에서는 "한국 패션은 2년, 화장품은 5년이 유통기한"이라는 말이 공식처럼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양적 성장 중심의 관광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이 말이 현실화되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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