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편을 잡으면서 1982년 등단해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게 된 저자 김용택씨. 2008년 8월, 그는 전북 임실의 덕치초등학교에서 38년 교직의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다. '선생(先生)'이라는 단어를 사랑한다며 끝까지 평교사를 고집한 그는 울먹이는 초등학교 2학년인 제자들에게 '공부 잘 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 대신 "남을 욕허고 비난허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니 사람을 사랑허고, 자연을 애끼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그 때 다하지 못한 말들을 엮어 이 산문집을 펴 냈다. "이른 봄 길, 나는 꽃들을 따라다니며, 이 작은 생명들 곁에 엎드려 시를 썼습니다. 아니, 내가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이 꽃들이 나를 불러 내게 이렇게 저렇게 시를 쓰라 일러주었지요. 나는 다만 그들의 말을 받아 적었을 뿐입니다. 봄이 되면 사람들이 먼 산의 화려한 꽃을 찾는 동안 나는 이 작은 꽃들 앞에 절하듯 엎드립니다." ('꽃들을 따라다니며 시를 쓰다' 중) 저자는 고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로 썼고, 동일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발견한 삶의 진실을 글로 담았다. 교단에서 쓴 일기 같은 글들은 사회라는 더 넓은 학교에서 혹독한 싸움을 치르는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희망의 잠언이다.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다소 파격적이고 직접적인 사회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실렸다. 부패한 교육자와 권력 지향적인 정치 현실에 대한 분노는 날카롭고, 가난한 가정과 외로운 아이들에 대한 연민은 애틋하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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