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오래 전부터 지켜봐 오던 땅을 얼마 전 경매로 낙찰받았습니다. 이 땅에는 컨테이너 창고와 벽돌집이 있는데 법정지상권이 성립해 있습니다. 대지 사용을 위해 건물주와 협의를 하고자 했지만 문을 잠그고 잠적해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법정지상권은 경매나 매매 등 여러 원인을 통해 건물 소유주 명의와 건물이 속한 대지 소유주 명의가 달라질 때 발생합니다. 대지 소유자가 바뀌면 대지 내 건물이 무단 철거되는 등 건물주의 권리가 훼손될 우려가 있습니다. 법정지상권은 바로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성립하는 권리로 대지 소유자가 건물을 함부로 철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거가 됩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고 있으면 대지를 소유했다 해도 대지 내 건물 내외부에 침입하거나 임의로 훼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건물이 존재하는 땅은 매매나 경매를 불문하고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정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매입했다가 낭패를 볼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대지 소유주에겐 두 가지 대처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료청구입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건물이라도 어쨌든 그 건물이 서 있는 땅은 대지 소유주의 것이기에 대지 소유주는 건물 소유주에게 지료, 즉 땅을 빌려주는 대가로 금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건물주가 이를 거부하거나 협의하고도 지키지 않을 경우 대지 소유주는 지료청구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송을 거치면 대지 소유주는 건물 소유주에게 지료에 상당하는 금전을 받아낼 권리를 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질문자의 경우 협의 대상인 건물주가 잠적한 상황이기 때문에 소송 자체를 공시송달로 진행할 공산이 큽니다. 시간이 다소 걸릴 가능성은 높지만 이렇게 지료청구소송을 걸어 승소할 경우 대지 소유주는 지료 청구권을 획득합니다. 지료는 공시지가의 5~ 10% 범위 내에서 양측이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두 번째는 법정지상권 소멸청구입니다. 사실 지료를 받고자 해도 건물주가 이를 지불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특정 액수로 정한 지료를 청구한 이후 2년이 경과하거나 2년분 이상의 지료가 체납될 경우 대지 소유주는 건물에 대해 법정지상권의 소멸청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때 건물주는 대지 소유주에게 해당 건물을 매수하라는 청구를 제기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는 지상권 소멸 이유가 존속기간 만료에 해당하는 경우에 주장할 수 있을 뿐 지료의 체납 때문에 법정지상권이 소멸된 경우에는 청구할 수 없다는 판례가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아울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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