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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스러운(cable-like) 콘텐츠 제작을 강화해 내년을 흑자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 '롤러코스터' '택시' '막돼먹은 영애씨' 등 tvN의 효자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송창의(56) CJ미디어 본부장의 오는 2010년 각오는 남달랐다. 계획대로라면 CJ미디어가 올해 흑자로 돌아서야 하는데 예기치 못했던 미국발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적자 폭을 줄이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가 세운 비전은 케이블방송에 어울리는 프로그램 제작 편수를 올해(13편)보다 두 배 정도 늘리는 것. 한번 성공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드라마 제작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송 본부장은 "공중파의 아류가 아닌 시각적ㆍ언어적 차원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자체 생산할 능력을 키우는 것이 케이블방송사의 경쟁력"이라며 "지상파방송과 달리 편성 인지도가 낯은 케이블방송의 생존전략은 방송 특성에 따라 지향점(concept)이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공개방송 형식의 지상파 개그방송과 달리 그가 기획한 tvN의 롤러코스터는 각 코너별로 웃음 코드가 명확하다. 남녀의 원초적인 본질을 능청스럽게 드러내 웃음을 자아내는 남녀탐구생활이 대표적이다. 또 못생긴 외모의 여주인공을 내세워 직장인의 애환을 위트 있게 풀어낸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는 다큐와 드라마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CJ미디어의 프로그램 제작비는 지상파방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롤러코스터의 경우 5,000만원 정도다. "사실 말도 안 되게 적죠. 지상파와 달리 예산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제작비를 줄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창의성은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무엇'이 있는데 이를 팀원들과 공유해 제작 패러다임을 바꿔야죠. 생존전략상 효율성은 따지지만 '우리는 케이블이니까'라는 자기비하적 패배주의는 금물이죠." 그는 연출자들에게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즉 '논란 마인드'를 가질 것'을 당부한다. 송 본부장이 주력하는 내년 목표 중 한 가지는 조직관리다. 위기관리를 위해 프로듀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제작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 그는 "제작비 관리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혼자 해결하는 현 체제를 바꿔 연출자가 연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라며 "창의성이 생명인 만큼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환경 조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7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송 본부장의 취미는 록음악 듣기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카사비안' 등 젊은 국내외 그룹의 외침에 가까운 음악에서 젊은 감각을 충전한다. 그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 잠이 오는데 시끄러운 록을 들으면 귀가 솔깃해진다"며 "트렌드를 조율하고 유행을 만들어가는 직업인 만큼 최신 음악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무명의 서태지를 무대에 올리는 등 MBC 연출자 시절부터 그의 히트 예감은 적중률이 높았다. 케이블방송계에서 '시청률의 미다스'라 불리는 그가 내년에도 대박 프로그램으로 방송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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