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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닐 맛 난다' 아줌마의 함박웃음
제약업계 FUN경영으로 살맛나네약가 인하에 FTA악재 겹쳤지만…사내 어린이집 운영 구두도 무료로 닦아줘 휴일엔 가족행사 풍성
송대웅 기자 sdw@sed.co.kr
자녀들과 함께 출근한 대웅제약 직원들이 사내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있다. /사진제공=대웅제약
대웅제약 학술팀의 김순주(여ㆍ29) 주임은 요즘 회사 다닐 맛이 난다. 삼성동 본사에 사내 어린이집이 생겨 자녀와 함께 출근하기 때문이다. 김 주임은 "돌도 안된 딸을 사설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할 때면 발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사내 어린이집이 생겨 안심이 된다"면서 "주변에서 육아 문제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육아 부담을 회사에서 덜어주니 오래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세 살배기 아들을 이곳에 맡기고 있는 정기룡 대리 역시 점심시간마다 창문 너머로 놀고 있는 아이를 보며 늘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다음달로 예정된 대규모 약가 인하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악재로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제약업계가 침울한 분위기 개선을 위해 '펀경영(Fun Management)'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임직원의 가족을 배려하는 친가족적 펀경영이 눈에 띈다.
대웅제약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사내 어린이집인 '대웅 리틀베어'를 지난해 12월 본사 1층에 개소했다. 대웅제약은 전체 직원의 30%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에게 인기 좋은 제약회사로 꼽힌다.
대웅제약은 이 외에도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직원 가족을 위한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족들이 함께 구슬공예와 풍선아트, 도자기 만들기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미약품은 최근 수원 광교산으로 직원들과 가족 200여명이 등산을 다녀왔다. 등산 장갑 등의 선물도 마련했는데 모든 비용은 회사가 부담했다.
박경진 한미약품 총무팀장은 "본사ㆍ연구소ㆍ공장 등 서로 떨어져 있는 직원들과 만나고 가족들도 함께할 수 있어 다음 산행이 매우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녹십자는 5월5일 어린이날에 임직원 가족을 초청해 레크리에이션ㆍ페이스페인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오픈 하우스' 행사를 본사 앞마당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로슈도 매년 1회씩 회사로 임직원의 가족을 초청하는 '로슈 빌리지'를 개최하고 있다.
영업사업들을 격려하기 위한 이색 서비스도 눈에 띈다.
삼진제약은 펀경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동안 오전7시부터 10시까지 반짝 구두방을 운영해 직원들의 구두를 무료로 닦아주고 인근 세탁소와 계약을 맺어 직원들의 양복과 셔츠를 다려준다.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은 틈날 때마다 직원들과 찜질방을 함께 찾아 소통을 해 '찜질방 최고경영자(CEO)'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이 사장은 "제약 영업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진실하고 창의적인 행동이 담긴 영업 방식이 더욱 빛을 발한다"며 "정책적 난관과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즐겁고 신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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