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도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주력품목인 반도체나 액정 분야에서 일제 중간재에 대한 의존도는 아직도 절대적이다. 국민의 반대를 물리치고 일본과 국교를 맺은 이래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물건을 수출해 번 돈을 대일적자를 메우는 데 50년을 보냈다면 새로운 50년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대일적자의 폭을 줄이고 내용을 바꾸지 못하는 한 한국 경제는 영원히 일본의 '가마우지(낚시에 이용되는 새)' 신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문제는 갈수록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악화일로라는 점이다. 올 들어 일본에 대한 수출이 최악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5월 수출입 실적'에서 보여준 6년 만의 두자릿수 수출감소만큼이나 위험한 신호가 바로 대일수출 부진이다. 올 들어 대일수출은 전년 대비 18.5%나 줄어들며 홍콩과 베트남 수출보다 작았다. 엔저 영향 탓이라고 하지만 일본이 수출 대상국 5위로 밀려난 것은 국교정상화 이후 50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과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해도 이 같은 수출부진은 초유의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강조해왔지만 외교도 경제도 망치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깨닫고 알리는 데 있다. 정부는 사태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일본과 관계개선을 도모하든, 불편을 감수해가며 본격적인 대립에 나서든 국민들에게 경제 실상을 알리고 합의를 구해야 마땅하다. 앞으로의 50년은 지금 우리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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