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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학문' 새 지식 패러다임 펼쳐

■하이브리드 지식 연작(최종덕 외 엮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6세기 독일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대중화한 이후 지식은 상류층에서 하류층으로 급속도로 전파되었다. 20세기까지 지식을 습득하던 시대였다면 이제는 지식을 편집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더 이상 두꺼운 백과사전으로 새로 발생하는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할 수 없을 정도다. 사회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촛불집회를 설명해 내기 어렵고,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 야욕을 단박에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단편적인 정보와 다각적인 견해의 시시비비를 가려낼 수 있는 과학적 비판력, 전체를 통찰하고 자신의 주장으로 엮어낼 수 있는 인문학적 편집력, 그리고 타인의 견해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감력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지적 능력 바로 하이브리드 지식이다. 대학에서도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주변의 지식과 이론을 융합해내는 이른바 통섭의 기술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시대에 떠오르는 의문과 궁금증에 답할 수 있는 책 4권이 나왔다. 철학과 과학의 융합을 주제로 한 ‘철학으로 과학하라’, 생명공학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생명, 인간의 경계를 묻다’ 예술과 인문학의 만남을 주제로 한 ‘예술, 인문학과 통하다’ 사회문화적 현상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문화, 세상을 콜라주하다’ 등이다. 국내저자 50여명이 참가해 이론적ㆍ사상적 논리를 근거로 최근에 발생하는 주요 이슈 64가지를 간결하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우선 주제가 참신하다. ‘개고기는 먹어도 될까’ ‘외모도 개인의 능력일까’ ‘열광하는 스포츠, 과연 축제일까 산업일까’ ‘기(氣)로 생명을 설명할 수 있을까’ ‘성욕은 어른에게만 있는 것일까’ ‘갓 태어난 아기는 착할까’ 등 그간 출간된 인문학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주제들이다. 각계에서 지식의 통섭을 실험해 온 학자들이 다양한 영역의 지식을 이종교배시켜 또 다른 이론을 제시하는 새 시대의 지적 패러다임이 펼쳐진다. 참신한 주제만큼 저자들의 지적 편집능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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