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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4일 재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 갈등으로 격랑에 휩싸였다. 최고위원들 간의 엇갈린 선거 참패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당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표는 이날 광주를 찾아 당을 혁신해 야권 통합에 나서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아 후폭풍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 참패는 친노 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는 것이 많은 분의 지적"이라며 문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이어 "호남 지역의 의외로 많은 분이 친노에 대한 피로감이 만연하다. 그동안 우리 당에 친노는 없다고 했는데 과연 친노가 없는가"라면서 "당 대표가 되면 친노에 불이익을 준다고 했는데 취임 이후 과연 불이익을 받았는가"라고 문 대표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주 최고위원은 이에 따라 △문 대표의 분명한 입장 △당의 패권정치 청산 약속 및 실천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원탁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청래 최고위원은 곧바로 "이번 선거 참패의 원인은 호남·친노 이런 계파의 문제가 핵심이 아니다. 진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패배의 핵심 원인"이라며 주 최고위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자 유승희 최고위원은 즉각 "우리가 누구 덕에 정치를 해왔는가. 누가 뭐래도 호남 민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서 정치를 해온 당이 아니냐"며 "그것을 지역주의로 누가 감히 폄훼할 수 있겠는가"라고 정 최고위원의 '호남 계파주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결국 추미애 최고위원은 "선거의 패인을 분석하고 국민에게 반성과 지지를 다시 한 번 호소하는 방식이 개인 인터뷰가 아닌 공개적 자리에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양쪽을 싸잡아 비판했다.
최고위원 간의 이 같은 설전은 장외로 옮아가 격화되는 양상마저 보였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주승용 최고가 틀렸다. 429 패배가 친노 패권에 대한 심판이라? 그럼 이겼으면 친노 패권의 승리인가"라며 "주 최고는 광주책임자 아닌가. 뭐 뀌고 성내는 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주승용이 광주책임자니 책임져'라고 하면 수용할 건가? 자제하고 단결합시다"라고 문 대표를 감쌌다.
당내 최고위원 간 갈등이 확산되자 문 대표는 이날 광주를 직접 찾아 낙선 인사를 통해 "우리 당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욱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며 정면 돌파의 의지를 밝혔다. 이어 "(광주 시민들이 준) 회초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통렬하게 반성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는 그런 굳은 결의를 다지는 것이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이라며 "광주 시민의 요구, 국민의 요구는 우리 당이 더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해 호남뿐 아니라 호남 바깥에서도 이기는 당이 되라는 것"이라고 당의 체질변화를 다짐했다. 또 "광주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야권 분열이 아니라 야권이 강하게 통합해 다음 총선·대선에서 이기는 당이 돼달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의 이날 발언은 야권 통합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당내 비노 세력의 선거 패배 책임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실제 이날 "우리 당을 뼛속부터, 뿌리부터 환골탈태해 새롭게 창당하는 각오로 새롭게 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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