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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는 여럿이 어우러져 새로운 맛 내는 찌개같은 것

■ 이구형 뉴로스카이 창업자<br>기존에 없는 새로운 가치로 팔릴만한 제품 만들어내야<br>■ 박희재 산업부 R&D단장<br>글로벌 강소기업 만들려면 산·학·연 유기적 협동 필수

이구형(왼쪽) 뉴로스카이 공동창업자 및 최고기술책임자(CTO)가‘서울포럼 2013’ 에서 강연 도중 뇌파측정기를 쓰면 상대방에 대한 관심 정도를 알 수 있는 ‘속마음을 읽는 고양이 귀’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박희재 단장

"지금 나와 있는 제품을 모방해서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미래 소비자들이 사용할 만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구형 뉴로스카이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13 서울포럼'에서 공학의 기초정신에 대해 이같이 강연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말해 공학은 사람이 쓸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팔리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공학은 취미생활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하고 비용을 지불할 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인 뉴로스카이사의 공동창업자다. 뉴로스카이는 두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분야를 상용화한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다. 이 박사는 LG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감성공학연구팀을 운영했고 현재는 고려대에서 창의적 소프트웨어 개발을 강의하고 있다. 이 박사는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학ㆍ석사를 취득한 후 미국 버지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에서 인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박사는 지난 2004년 53세의 나이에 벤처회사를 창업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입성한 경험을 얘기하며 한국도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나라도 '특별한(unique)'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20년 전 LG전자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우리 기업이나 국가의 기술 가운데 우리 고유의 것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회의감을 가졌다"며 "우리나라는 TV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더 싸게, 더 얇게'라는 가치 외에 새로운 개념의 TV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리콘밸리에서는 한 업체가 특허를 내면 따라 하지 않고 다른 분야를 찾는다"며 "선진국이 하고 있는 것을 따라 한다면 2등밖에 안 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서 우리의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박사는 창조경제는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찌개'와 같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여러 분야의 사람이 함께 모여 일하는 것은 '융합'이 아닌 '협업'"이라며 "융합은 각자의 재료가 하나로 어우러지면 새로운 맛을 내는 찌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 혼자 다 먹겠다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고 파이를 키워 나누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며 "여러 사람이 재능을 합쳐 같은 방향을 추구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로 할 수 있는 제품을 구상하고 그 기술을 개발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창업"이라며 "뉴로스카이도 뇌파와 연계된 기술을 제품으로 개발해 창업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재 산업통상자원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장 역시 강연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기술연구는 대학과 정부에서, 제품연구는 기업에서만 따로 진행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며 "글로벌로 진출하는 강소기업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동이 어느 때보다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1998년 대학원생들과 함께 실험실 창업벤처 1호 기업인 'SNU프리시전'을 설립해 국내 대학 창업문화를 이끌어왔다. 특히 박 단장은 회사를 코스닥시장에 상장시켜 대학의 R&D가 사업화와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박 단장은 한국 산업에 대해 '현재 수많은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고 표현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전세계 T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의 70% 이상을 해외 부품으로 대체하고 있을 만큼 국내 산업의 허리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예로 들며 "독일에는 1,300개의 글로벌 강소기업이 존재하는 반면 국내에는 25개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는 제품의 숫자도 2010년 71개에서 지난해 61개로 현저히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단장은 "한국에는 기업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우리도 독일의 프라운호퍼연구소처럼 학위를 따기 위해 R&D에 힘써야 하는 문화를 만들어 새로운 제품이 지속적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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