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에 그칠 줄 모르던 ‘리얼 버라이어티’ 흥행이 ‘관찰 예능’으로 옮겨지고 있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이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의 쌍끌이 인기에 힘입어 다시 일요일 예능 최강자를 수성했다.
13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된 ‘일밤’은 평균 시청률 11.5%를 기록했다. ‘아빠! 어디가?’는 13.6%, ‘진짜 사나이’는 9.5%를 기록해 전주보다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 SBS ‘일요일이 좋다’(9.8%), KBS 2TV ‘해피선데이’(9.7%) 등 동시간대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최근 6년 동안 ‘일밤’은 ‘해피선데이’.‘일요일이 좋다’ 등 일요일 예능 강자들의 철옹성에 막혀 시청률 기근에 허덕여야 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된 리얼 버라이어티들의 포화 속에서 신음하던 ‘일밤’의 입장에서‘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의 동반 흥행이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들과의 여행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 ‘진짜 사나이’는 좌충우돌 병영체험이 볼거리다. 이 둘 프로그램은 관찰 예능 형식으로 자극적인 재미는 없지만 출연자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도한다.
‘일밤’의 기획자 권석 CP는 “두 코너 모두 첫 녹화 때는 녹화가 잘 안된 줄 알았다. 하지만 편집을 하면서 윤후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라든가, 고된 훈련을 끝내고 돌아온 내무반에서의 소소한 일상의 모습에서 살아 있는 내용과 그림들이 숨어있었다”면서 “그래서 기존 예능 구성을 완전히 버렸다”고 설명했다.
관찰 예능의 강세가 비단 ‘일밤’만의 얘기는 아니다. MBC ‘나 혼자 산다’와 KBS 2TV ‘인간의 조건’도 관찰 예능 형식으로 최근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관찰 예능에서 제작자는 연출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는 관찰자 역할만 수행한다”며 “치밀함을 앞세웠던 기존의 각본보다는 일상 속에서 재미를 찾는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관찰 예능은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더 리얼해 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와 달리 관찰 예능은 인위적인 연출 없이 자연스러운 출연자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의 동감을 유발한다”며 “올 들어 유행하기 시작한 관찰예능이 하나의 포맷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관찰 예능의 흥행이 검증되며 우후죽순 생겨나는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 신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방송계는 흥행 프로그램의 형식을 따라 하는 ‘복제 프로그램’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사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은 한번 성공하면 2~3년 정도는 인기가 보장되는 구조”라며 “최근 종편까지 예능에 뛰어들어 방송사 간의 제작 경쟁이 더해 가고 있는 가운데 서로의 포맷을 베끼는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MBC ’일밤’ 홈페이지)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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