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는 14일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스리그 4강 원정 2차전에서 1대1로 비겼다. 1차전(2대1 승)과 합산 3대2로 결승에 진출, 바르셀로나와 트로피를 다투게 됐다. 지난 시즌 우승팀 레알은 전반 23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널티킥 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12분 알바로 모라타에게 한 방을 얻어맞고 회복하지 못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우승 가능성이 희박한 레알은 무관 위기에 몰렸다. 지난 시즌 레알 소속으로 챔스리그 결승 출전명단에도 들었던 모라타는 "달콤쌉쌀하지만 축구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정을 상대로 2경기 연속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유벤투스의 결승 진출은 12년 만이다. 지난 2006년 승부조작 스캔들로 이탈리아 2부리그 강등을 겪기도 했던 유벤투스는 굴욕의 역사를 딛고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객관적 전력에서 바르셀로나에 열세라는 평가지만 레알을 무너뜨린 기세로 19년 만이자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이탈리아산 화려한 수비, 스페인산 삼지창도 이길까=이미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확정한 유벤투스나 프리메라리가 우승이 확정적인 바르셀로나나 트레블(3관왕)이 눈앞에 와 있다. 유벤투스는 수비도 공격만큼 화려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팀이다. 수비진이 한 몸처럼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며 상대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1차전에서도 그랬듯 이날도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포백으로 맞불을 놓다가 결승이 보이기 시작한 후반 막판 수비수 안드레아 바르찰리를 교체투입,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어 레알의 공세를 막아냈다.
유벤투스 스리백 조르조 키엘리니와 레오나르도 보누치, 바르찰리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으로도 호흡을 맞춘 사이다. 여기에 37세 백전노장 잔루이지 부폰이 골문을 지킨다. 부폰은 이날 레알의 23개 소나기 슈팅 중 유효 슈팅 5개를 막아내며 경기 MVP로 뽑혔다. AC밀란과의 결승에서 0대0 뒤 승부차기 끝에 졌던 2003년의 아쉬움을 생생히 기억하는 부폰은 "베를린에 관광하러 가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는 (우승할) 운명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유벤투스는 당시 8강에서 바르셀로나를 합계 3대2로 꺾었다.
레알의 'BBC(벤제마-베일-크리스티아누) 라인'을 무력화시킨 유벤투스 수비진은 이제 역대 최강이라는 바르셀로나의 삼지창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과 맞닥뜨려야 한다. MSN 3명의 올 시즌 기록을 합치면 114골 46도움이다.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는 9도움, 수아레스와 네이마르는 8도움, 네이마르와 메시는 22도움을 주고받을 정도로 서로 간에도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메시 VS 테베스, 수아레스 VS 에브라=유벤투스는 이탈리아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빗장수비를 자랑하지만 공격도 만만치 않다. 세리에A 득점 선두(20골) 카를로스 테베스를 앞세운 저돌적인 역습 때문이다. 잉글랜드리그를 떠난 지난 시즌부터 전성기 기량을 되찾은 테베스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동료 메시와 해결사 대결을 펼치게 됐다. 현재 10골(5도움)의 메시가 호날두와 함께 득점 공동선두. 테베스는 7골(2도움)로 추격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공격수 수아레스와 유벤투스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의 악연도 화제다. 리버풀 시절이던 2011년 에브라(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징계를 받은 수아레스는 이듬해 에브라의 악수를 거부해 구설을 키웠다. 유니폼을 바꿔입은 앙숙이 최고 무대에서 벌일 신경전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수아레스는 키엘리니와도 얄궂게 다시 만났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핵이빨'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키엘리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