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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 6개월 만에 미국시장 점유율 1위. 설립 4년 만에 국내시장 점유율 70%, 세계시장 점유율 25% 달성. 창업 4년만에 전세계 MP3 시장을 석권했던 레인콤의 '아이리버'가 거둔 성적표다. 그러나 아이리버의 세계 제패 신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때 소니를 이기고 세계시장을 석권했지만 애플의 아이팟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저자는 창립 멤버들과 인터뷰를 통해 아이리버로 소니, 삼성, 애플 등 외부 거인들에 맞섰던 레인콤이라는 회사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꿈을 말한다. 아이리버를 만든 레인콤의 이야기는 병상에 있는 양덕준 대표와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삼성에서 나온 양 대표는 초창기 MP3 업체에 CD 타입 MP3플레이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칩을 팔아 수익을 내려고 했으나 제안받은 업체들이 생산 경험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이 회사는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했고 전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레인콤은 초창기 대기업 하청업체로서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독자적인 길을 택했다. 대기업에 의지해서는 독립적인 기업으로 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이리버를 세계적으로 키우겠다는 꿈 하나로 당시 삼성, LG, 대우 등 국내 대기업들이 벽이라고 말해왔던 소니를 뛰어넘어 MP3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디자인으로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냈고 혁신을 외쳤던 양덕준은 손쉽게 대기업을 택했던 일반 중소기업들과 달리 거인과의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도전하고 정면승부를 걸었다는 것. 그러나 레인콤의 추락은 2003년 코스닥 진입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서는 계기를 마련하고 자축할 때였다.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던 애플이 아이팟을 출시하고 가파르게 추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레인콤은 애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으로 방어에 나섰으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자는 레인콤이 적이 아닌 내부의 거인에 의해 무너졌다는 자체 평가도 곁들인다. 애플이 잠식해오는 시장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감을 넘어선 자만심이 실패의 요인이자 한계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레인콤의 도전기를 짚어보며 "거인과 싸우려면 먼저 스스로 거인이 되어야 한다"고 결론내린다. 거인과 같은 꿈의 크기를 갖고 도전하라는 것, 그리고 도전한다는 것은 누구를 이기고 쓰러뜨리는 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싸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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