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계획건축물부문 작품 주제로 제시된 ‘재래시장’은 현재 처한 현실만큼이나 난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이 요구되는 테마인 만큼 예년보다 작품 수가 대폭 줄어들긴 했지만 그나마 걸러진 142점의 작품이 접수되어 1차 심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응모자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물론 ‘재래시장’이라는 구체적 주제에 대한 해석을 놓고 심사에 들어가 2차 심사대상을 선정할 때 심사의 폭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차 심사 때까지는 완성도보다 발전 가능성을 헤아려 그 중 41점의 작품을 선정했다. ‘재래시장’이라는 주제를 건축디자인 대상으로서만 보는 인식이 눈을 흐리게 했고, 여전히 개념에서 껑충 뛰어넘어 시각으로 이어지는 비약이나 아이디어 이전에 행동으로 나서는 소모적인 도전은 주제 선정의 고심만큼이나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그래서 1차 심사에서의 아쉬운 점과 함께 2차 심사에서는 1차 심사에서 제시된 패널 내용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주제를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하는 심사 위원들의 바람을 1차 심사 후기로서 드러냈다. 2차 심사에 제출된 40점의 작품(1 작품 미 제출)은 심사 위원들의 바람만큼이나 대부분 1차 제출 패널과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시킨 작품들이어서 입선작품을 쉽게 선정할 수 없는 행복한 어려움에 처했다. 그에 반해 ‘재래시장’이라는 주제를 벗어나거나 주제의 해법보다 건축 조형적 제안에 탐닉한 몇몇 작품은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였기에 쉽게 배제할 수 있었다. 먼저 각 심사위원마다 탈락 작품을 10 작품씩 선정했다. 과반수 이상의 탈락 표를 얻은 작품은 우선 탈락시키고 동 수인 탈락대상에서는 재투표를 통해 최종 30 작품을 입선 및 수상대상작품으로 선정했다. 또 심사 전에 마감시간을 어긴 작품에 대한 심사방법에 대해서는 심사 위원들 간의 많은 논란 끝에 동일하게 심사를 진행하되 감점을 주었고, 입선까지만 제한하도록 하는 규정을 적용했다. 수상대상 8작품은 투표로 선정했다. 선정된 8작품 중에서 특별히 작품의 우열을 가릴 만큼 월등한 점을 발견하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에 심사 위원들이 공감했다. 금상 없이 결정하자는 견해도 제기됐지만 결국 두 번의 재투표를 통해 우열의 의미보다 수상대상 선정으로서의 의미로 금상과 은상을 선정하게 된 아쉬움이 남는 심사였다. 물론 ‘재래시장’의 해법이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매개로 형성되거나 재구성의 지리적 배열이 아닌 그 이상의 사회적 함의를 갖고 있기에 공모의 시간이나 주어진 표현 여건 속의 어려움은 충분히 예견됐다. 따라서 주어진 해답은 없지만 실질적인 지역사회의 삶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고 상호 작용 속에서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서로 공유되는 장으로서의 리얼리티에 대한 실험정신의 기대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난제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응모자와 입상자 모두의 노고와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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