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살아갈 학생들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명품 인재가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문(文)ㆍ사(史)ㆍ철(哲) 등 기본소양을 배우고 외국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인턴십 등을 통해 실무능력도 쌓아야 하고 봉사정신도 길러야죠. 고려대는 이러한 글로벌 명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양교육을 혁파하고 입시혁명을 일으킬 것입니다.” 이기수(64ㆍ사진) 고려대 총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글로벌 고대’를 위해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 총장의 재임 1년6개월 동안 고려대는 80여개 대학과 새로 업무제휴를 맺었다. 이 총장은 최근에도 미국을 방문해 매사추세츠공대(MIT)와의 바이오메디컬 분야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고 환태평양 대학 총장협의회에도 참석하는 등 활발한 국제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집무실에서 만난 이 총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보면 지식기반의 정보화 사회와 감성시대가 숙성될수록 명품 인재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면서 “명품 인재의 육성을 위해 입학과정에서부터 수능점수 1~2점이 아닌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기준으로 인재를 뽑는 입시혁명을 지금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또 “교양교육을 혁파해 학생들이 입학하자마자 창의력을 중점 개발하고 전세계를 무대로 공부하도록 해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화가 각 대학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추진해온 글로벌 정책에 대해 평가해주십시오. ▲ 취임 이후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이 바로 ‘아웃바운드 국제화(Outbound globalization)’였습니다. 해외석학은 들여오고 우리 대학 학생들은 해외로 많이 내보내는 것이지요. 우리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서 해외 대학의 엘리트들과 같은 강의실에서 경쟁하면 그만큼 시야도 넓어지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가능한 한 많은 해외 대학과 교류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려고 했습니다. 해외 대학과 체결한 협정이 지난 2006년 56건, 2007년 68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88건으로 늘었습니다. 환태평양 지역 16개국의 42개 대학이 현재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환태평양 대학협회’에도 지난해 가입했습니다. 이 협회는 각종 연구 프로젝트나 심포지엄, 박사과정 학생 콘퍼런스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가입절차가 굉장히 배타적이며 까다롭습니다. 국내 대학 중에서는 우리 대학과 서울대만이 가입돼 있습니다. 환태평양 대학협회 가입은 세계 최고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른 우리 대학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과감한 투자로 캠퍼스의 교육ㆍ연구 인프라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도달했습니다. 외국인 학생ㆍ교수 유치나 커리큘럼 혁신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도 함께 발전해야 할 텐데요. ▲ 지난 수년간 이뤄진 우리 대학의 변화와 발전은 하드웨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먼저 영어강의 비율을 늘리고 영어강의를 위한 교원을 많이 뽑았습니다. 우리 대학의 영어강의 비율은 4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50%까지 확대할 것입니다. 종합대학 중에서는 최고 수준입니다. 2003년 이후에 임용되는 신임교원들은 반드시 영어로 강의를 해야 하고 학생들도 졸업을 위해서는 5과목의 영어강의를 반드시 수강해야 합니다. 해외 대학 학생파견이 1,000명을 넘어섰고 외국인 학생 유치도 크게 늘었습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하계대학과 한국어 문화센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간 4,000명에 육박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와서 강의를 듣습니다. -총장께서는 ‘글로벌 명품 인재’를 강조하시는데 어떤 조건을 갖춘 인재입니까. 이러한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계획입니까. ▲ 글로벌 명품 인재란 문학ㆍ사학ㆍ철학ㆍ자연과학ㆍ사회과학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추고 영어를 포함해 3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또 봉사와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실무능력도 갖춰야겠지요. 이러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교양교육을 전담할 ‘교양대학(가칭)’을 신설할 계획입니다. 1학년 때 기본 소양 교육과 외국어 교육, 사회봉사활동, 산ㆍ학ㆍ연 인턴십을 통한 실무교육을 시킨 뒤 2학년부터 전공교육을 받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다인종ㆍ다문화 사회로 바뀌고 있는데 영어를 포함해 적어도 3개 외국어는 구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나 아무리 외국어에 능통하고 전문지식이 있더라도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사회를 이끄는 리더라 할 수 없습니다. 사회봉사 및 체험학습을 정규화하기 위해 만든 사회봉사단을 통해 다양하고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실시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재로 키우고자 합니다. -대학의 글로벌화를 위해 미국ㆍ영국ㆍ캐나다ㆍ중국 등 세계 곳곳에 해외 거점 캠퍼스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까. ▲ 해외 거점 캠퍼스 구축은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진행돼온 중요한 국제화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ㆍUC데이비스대, 영국 로열할러웨이대, 호주 그리피스대학에 많은 학생들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대와 로열할러웨이대에는 우리 대학에서 기숙사를 지어 우리 학생들이 현지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대학에 짓고 있는 기숙사는 이달 말 완공됩니다. 이 기숙사는 100여명의 학생과 교수들이 사용하게 됩니다. 인민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대학 학생들의 숙소로 활용하면서 국제교류사무소와 한국학 및 아시아학 관련 연구소도 운영해 중국 및 아시아 지역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취임 이후 해외 대학과의 교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증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대학을 방문해 대학 관계자들과 얼굴을 마주보고 의견을 나누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e메일이나 인터넷 등으로 서로 간의 의사교환이 편리하게 됐지만 직접 만나서 의견을 나누면 공식적인 업무만이 아닌 감정적인 교감도 동시에 이뤄집니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죠. 그동안 10개국 50여개 대학을 직접 방문했고 90여개 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북미나 유럽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시아ㆍ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의 대학과도 교류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다양한 지역으로의 교환학생 파견이 늘고 연구 협력도 증대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시작한 ‘국제하계대학’이 고려대의 대표적인 국제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참여학생을 더 다양화하려고 합니다. 미국ㆍ캐나다 등 북미 지역과 홍콩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입소문을 통해 국제하계대학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과 오세아니아ㆍ중동ㆍ아프리카에서는 상대적으로 참여학생이 적습니다. 협정체결 대학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이들 지역 학생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세계 유수대학의 스타급 교수님들을 더 많이 초빙해 최고의 강의를 제공할 것입니다. 해외 대학 입학예정자를 위한 프로그램 개설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국내외 대학 재학생으로 참가대상을 한정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대학 입학예정자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설, 입학 전에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필수코스로 만들 예정입니다. -고려대는 2015년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까지 보다 더 과감한 투자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지는데요.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계획입니까. ▲ 2015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고 개교 125주년이 되는 2030년에는 세계 50위권 대학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기획 모금사업을 벌이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졸업생(교우)들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헌납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 사회에도 기부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봅니다. 또 대학의 지적 자산을 상품화해 경제발전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학교의 수익도 늘리는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생명과학 및 생명의학 분야가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바이오 메디컬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 우리 학교가 생명과학과 생명의학에서 뒤진다는 지적은 잘못된 편견입니다.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농과대학을 생명과학대학으로 확대 발전시킨 곳이 바로 우리 대학입니다. 의대 출범이 다소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해 지금은 의학 연구에 있어서도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아쉬운 것은 아직 약학대학이 없다는 것입니다. 약학은 의학과 생명과학을 연결하는 고리입니다. 그래서 약대 설립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약사를 추가로 배출하는 것보다 특허를 중심으로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바이오 메디컬’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사학들이 사립학교법 폐지와 사학진흥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늘면 이를 빌미로 대학에 대한 정부의 규제나 통제가 강화될 수도 있는데요. ▲ 얼마 전 사학법 폐지를 위한 심포지엄에 가서 축사도 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학법 폐지 의지가 결연했습니다. 사학법의 폐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폐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신 사립대학 육성ㆍ발전을 위한 사학진흥법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사립대학 교수들도 교육공무원법을 준용 받기 때문에 준공무원입니다. 사학들이 정부로부터 모든 규제를 다 받으면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 전체 예산 중 국고 지원은 0.3%에 불과합니다. 고등교육의 4분의3을 책임지는 사립대에 대한 지원 없이 국제적인 인재를 양성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등록금이 너무 많이 올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 성적순으로 장학금을 지급했는데 최근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워 장학금이 꼭 필요한 학생들이 받을 수 있도록 지급 기준을 바꿨습니다. 장학금이 정말 필요한 학생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지도교수제를 도입했습니다. 교수가 학생을 한 학기에 세 번 정도 만나서 상담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대학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등록금이 필요한 학생을 파악해 도와주는 것입니다. 앞으로 졸업생 1명이 신입생 1명을 책임지는 제도를 만들어 경제적 문제를 포함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등록금이 없어 우리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1945년 경남 하동 ▲1969년 고려대 법대 졸업 ▲1983년 독일 튀빙겐대 법학 박사 ▲1984년 고려대 법학과 교수 ▲고려대 학생처장ㆍ기획처장ㆍ법과대학장 ▲한국상사법학회 회장 ▲미 위스콘신대 로스쿨 객원석좌교수(현) ▲한국저작권법학회 회장(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현) |
李총장의 교육관은 이기수 총장은 지난 4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에 선출되면서 입학전형위원장도 맡았다. 이 총장은 입시제도 개선과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고민이 깊다. 지난해 총장에 취임하자마다 입학처장에게 공교육 정상화 입시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사교육을 없애기보다는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특별전형을 보다 다양화해 공교육을 정상화한 학교의 학생을 우선적으로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방과후학교가 잘 운영되는 고교를 직접 방문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공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해 "리더십을 가진 교장과 실력이 있는 교사가 중요하다"면서 "실력 있는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고 교장이 리더십을 가지고 이끌어가면 학생들의 학업능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려대는 올해 입시에서 883명(23.2%)을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선발한다. 선진형 대입제도로 평가되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정착하려면 공정성과 객관성ㆍ신뢰성 확보가 관건이다. 이 총장은 "전문 입학사정관 13명과 교수 입학사정관 15명에다 원로교수를 명예 입학사정관으로 위촉해 3단계에 걸쳐 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생생활기록부 우수자 전형을 통해 지금까지 입학생을 한 명도 내지 않은 학교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 총장은 기여입학제 찬성론자다. 학교 발전을 위해 재정적인 기부를 하거나 학교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의 자녀들에게 상응하는 보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기여라는 개념을 경제적인 기여뿐 아니라 여러 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연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12학년도부터는 대학입시가 완전 자율화된다. 이 총장은 "대교협에 자율권을 주게 되면 모든 것을 다 푸는 자율화 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 준비를 착실히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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