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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흔적 좇아 한바퀴… 그 길 끝에 드리운 붉은 노을

전철 타고 떠나는 고양 누리길

자유로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대한민국 어느 곳의 일몰보다 장중하다. 행주대교 뒤편으로 하루해가 육중하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원당종마목장은 말들과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으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국마사회의 원당종마목장은 말들과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으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4,000원짜리 갈비탕으로 유명한 대자동의 ''한우천국''.

퇴근길 자유로에 걸린 석양은 함지박만 하다.

이곳저곳 낙조와 일몰이 좋은 곳을 보겠다고 팔도를 누볐지만 자유로에 걸린 주황색 태양보다 더 큰 곳은 어디에도 없다. '자유로를 끼고 있는 고양(高陽)시의 이름 중에 햇볕 양(陽)자가 들어가는 것은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뭉개구름처럼 피어오른 생각은 결단(?)을 재촉했다. 취재에 나선 다음 날 고양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해는 중천에 높이 떠서 가을볕을 쏟아붓고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는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고봉'과 '덕양'이라는 두 개의 고을이었다. 그러다 조선 태종 13년(1413년) '고봉현'과 '덕양현'을 통합해 '고양'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고양시는 서울 서북의 위성도시로 최근 인구 100만을 돌파했다. 서울의 위성도시지만 도심에서 몇 발자국만 밖으로 나가면 목가적 풍경과 유적이 널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양시는 최근 산재한 길을 모으고 단장해 누리길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수도권에 살면서 애써 먼 곳의 이름 모를 길을 헤매는 독자들을 위해 1만원 안팎의 대중교통 비용으로 둘러볼 수 있는 고양누리길을 소개한다.

습지엔 춤추는 갈대 천문대엔 별 그득

◇고봉누리길(안곡습지공원~고봉산~일산어린이천문대~용강서원)=고봉누리길은 일산 동구 중산동 고봉산 초입에 위치한 안곡습지에서 시작한다. 안곡습지는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자연습지다. 한때 아파트 부지로 흡수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지역주민의 반대로 원형 보존이 됐다. 지난 2009년 6월 생태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물억새·갈대·부들 등의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습지 주위에 조성된 데크를 따라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공원 가운데는 농사를 짓지 않고 묵혀둔 논이 습지로 변해 수생식물의 낙원으로 변해 있다.

고봉누리길에는 가족단위로 둘러볼 만한 곳도 있다. 고봉산 북쪽의 일산어린이천문대는 어린이와 청소년·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별과 우주에 대한 교육과 천체관측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에 필요한 관측시설로는 3m 크기의 원형돔과 슬라이딩돔에 반사굴절망원경과 굴절망원경, 보조망원경으로 120㎜ 굴절망원경 20대와 태양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9시부터 12시까지 가족단위로 관측이 가능하다. 참가비는 3인가족 기준 6만원에 한 명 추가시 1만원을 더 내면 된다. (031)975-3245

테마동물원 송강문학관 발길 끌어

◇송강누리길(테마동물원쥬쥬~월산대군사당~송강문학관~필리핀군참전비)=지역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테마동물원 쥬쥬에서는 호랑이·사자 등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공연도 진행하고 있다. 야간개장은 쥬레이터와 함께 동물원 투어, 버스킹, 애니멀 토크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매일 저녁 야외공연도 진행하고 있다.

기개 넘치던 최영 장군의 숨결 오롯이



◇고양동누리길(최영장군묘~중남미문화원~선유랑농촌체험마을)='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던 최영 장군은 자신의 말이 거짓이라면 무덤에 풀이 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풀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던 분이다. 그래서 확인차 찾아본 장군의 묘에는 잔디가 덮여 있었다.

하지만 동행한 해설사 황혜영씨에 따르면 최영 장군의 무덤은 1970년대 후반까지 실제로 풀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잔디가 무성한 것은 장군의 후손들이 무덤이 헐벗은 채로 방치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떼를 입혔기 때문이다. 부인 문화 유씨와 함께 합장해 1기의 묘로 조성돼 있으며 뒤편에 있는 묘는 장군 부친의 묘다. 여말선초의 대표적인 양식인 장방형(사각형)묘에 2단 호석을 두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최영 장군 묘에서 산길을 타고 동북쪽으로 넘어가면 중남미문화원이 나온다. 국내 유일의 중남미문화원으로 아시아에서는 보기 드문 잉카·마야·아즈텍 문명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야외전시관과 미술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4~10월까지는 오전10시~오후6시, 11~3월까지는 오전10시~오후5시 운영한다. 홈페이지(www.latin.or.kr).

말들 한가로이 노니는 초원 '이국적'

◇서삼릉누리길(배다리술박물관~KRA경마교육원)=고양시 원당동에 있는 KRA경마교육원은 드라마와 CF 배경으로 전파를 탄 뒤 고양시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종전에는 종마목장이었지만 지금은 어린 경주마들과 기수들을 훈련시키는 교육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방대한 목초지 위에 말들이 방목되고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36만3,638㎡에 16만5,290㎡의 초지가 조성돼 있다. 월·화요일 및 공휴일, 명절 연휴는 문을 닫는다.

권율 장군과 행주대첩 이야기 간직

◇행주산성역사누리길(고양시정연수원~행주산성~강매석교~배다골테마파크)=행주산성은 고양시를 대표하는 사적 제56호다. 지정면적 36만1,171㎡, 둘레는 약 1㎞에 이른다. 강안(江岸)의 돌출된 산봉우리를 의지해 정상부를 에워싼 소규모의 내성과 북쪽으로 전개된 작은 골짜기를 에워싼 외성의 이중구조를 하고 있다. 정확한 축성 연대와 목적은 알 수 없으나 강안의 험한 절벽을 이용하고 넓은 평야를 감싸 안고 있는 것은 삼국시대 초기의 산성형식과 비슷하다.

1593년(선조 26년) 권율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행주대첩으로 유명하다. 현재 성안에는 1603년에 세운 행주대첩비와 1963년에 다시 세운 대첩비가 있다. 1970년에 대대적인 정화작업을 벌여 권율 장군을 모시는 충장사(忠壯祠)를 건립했다. /고양=글·사진 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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