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고남저(北高南低)' 올해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여 난 간 찬바람이 쌩쌩 불던 강북은 재개발 열풍에 휩싸여 집값이 치솟을 대로 치솟은 반면, '강남 불패'의 본거지라 불리던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의 집값은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대출규제, 재건축 규제 등 참여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은 막강했습니다. '강남불패'는 이제 옛말이라는 소리까지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달 들어 강남 집값의 하락세가 조금씩 둔화되며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자 자금 여력을 갖춘 주택 수요자들에게 강남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해보라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주문도 쉼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왜 다시 '한물 간' 강남을 추천하는 것일까요. 용산, 송도 등 강남을 대체할 만한 국제적인 신도시들이 잇따라 개발 되고, 경부축을 중심으로는 깔끔하게 정비된 신도시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강남권의 입지적 가치가 단순히 집값이 비싼 데 있지 않습니다. 강남은 30년 전 도시 계획에 새로 태어난 곳입니다. 지금에 와서도 편리한 도로 및 대중교통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높은 수준의 교육 여건과 수준 높은 문화적 커뮤니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이 전국에서 가장 뛰어납니다. 주거지역은 일부 낙후돼가고 있지만, 업무지역은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도심권의 업무가 계속 이양되며 여전히 왕성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들이 주택단지 위주로 개발돼 '베드타운' 기능에 충실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용산이나 송도도 강남에 버금가는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연예계에서는 인기가 높은 스타가 안티도 많다는 말이 있습니다. 강남에 대한 격렬한 '반감'은 강남에 대한 '동경'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강남 입성을 꿈꿔 온 사람들이라면 집값이 최근 5년간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한 지금이 기회 일수도 있습니다. 단 큰 폭의 반등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강남은 앞으로도 '서울 안의 서울'로 남겠지만 MB정부에서도 투기꾼이 발붙일 만한 빈틈은 결코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 수요 아직 탄탄… 종부세 등 정부 규제완화 여부가 최대변수
강남내서도 개별 호재 각각 달라…학군·대단지등 투자 정석 따라야 올해 상반기 강남권 분양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반포자이(반포 주공 3단지)의 분양 성공 여부였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북고남저(北高南低) 현상이 뚜렷하고, ‘블루칩’ 강남 집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었던 상황. 여기에 반포 자이는 일반분양가가 3.3㎡당 3,300만원에 달했기 때문에 고분양가 논란까지 휩싸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분양 결과는 의외로 양호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반포자이는 일반분양 559가구 모집에 총 1,176명이 접수해 최고 3.9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후분양제 아파트로 당장 연말에 입주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강남권이 여전히 주택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당장 7~9억원의 ‘실탄’을 동원할 실수요자들도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강남 집값 바닥 찍었나=현재 부동산 정보 업계에서는 강남 집값 전망과 관련해 여전히 엇갈린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의견과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맞붙는다.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측에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 가능성이 희박하고, 강남 일대 대단지 입주 물량 쇼크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견디다 못한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주장에도 최근 힘이 실리고 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지방 미분양 대책도 내수를 살리는 데는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며 “종부세나 양도세 등 조세 정책을 바꾸는 좀더 강력한 대책이 나오면 강남 집값이 반등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어디서 얼마나 떨어졌길래=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강남 3구 집값은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6년 말에 비해 강남구는 1.17%, 서초구는 1.84%, 송파구는 무려 6.15%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집값이 3.8% 상승한 것을 고려할 때 체감 하락폭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강남 집값 하락세를 이끌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들은 10% 이상 하락한 곳이 적지 않다. 강남권 중개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시영 2차 56㎡는 올해 들어서만 1억 2,000만원 하락해 7억 1,000~7억 5,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 달 들어 1억원이 넘게 떨어졌던 급 매물이 팔려나가고 매물 수도 감소해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 써브 실장은 “대규모 강남 입주 물량 쇼크로 인한 가격 하락이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지금의 시세를 바닥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완화가 최대 변수=강남 집값 하락을 주도한 ‘트리플 악재’는 세금 부담, 대출 규제, 재건축 규제 등으로 요약 할 수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은 아직 전혀 윤곽이 잡히지 않았지만,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로 대표되는 세금 정책에 대해서는 최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정책 변화가 예고 되고 있어 강남권 주택 수요자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재 종부세의 과세 대상 주택을 공시가격 기준 현행 6억원 초과 주택에서 9∼10억원 초과주택으로 높이는 한편,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 규정을 과표 구간에 따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정책에 대한 저항이 크다는 점에서 성사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꿈쩍 않는 전국적인 미분양 사태와, 장기간 이어지는 내수 경기 침체를 정부도 더 이상 바라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인식도 최근 강남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나돌고 있다. ◇학군 좋은 대단지ㆍ개발호재 지역에 집중해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에 진입할 경제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학군이 좋고, 대단지를 선택하는 부동산 투자의 ‘정석’을 따르는 게 가장 좋다고 충고 하고 있다. 특히 같은 강남 안에서도 각각의 개별 호재가 다른 만큼 이를 잘 분석해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영 스피드 뱅크 분양팀장은 “강북 집값의 가파른 상승으로 강남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할 만한 자금 여력을 갖춘 주택 수요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며 “어린 자녀를 둔 실수요자들이라면 학군이 좋은 대단지로 들어가야 거주에 불편함이 없고 향후 강남 집값 반등 효과를 충분히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남권 요지에 입주를 앞둔 대단지 아파트들을 눈 여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포동 래미안반포, 잠원동 한신2차 롯대캐슬 등이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들 단지들은 강남권의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인테리어 됐고, 대규모 새 아파트 촌을 형성해 강남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게 된다. 이 팀장은 “강남 안에서도 분당선 연장구간, 9호선 개통 구간, 신분당선 구간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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