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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다이슨 진공청소기와 참숯 양말

서정명 <뉴욕 특파원>

2년 전 미국시장에 진출한 영국의 다이슨 진공청소기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토종기업 후버를 눌렀다. 다이슨은 미국시장에서 지난해 89만대를 팔아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시장점유율도 21%까지 끌어올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진공청소기 브랜드가 됐다. 더 타임스 등 세계 언론은 비틀스가 40년 전 미국 음악계를 점령한 이후 처음으로 영국산 제품이 미국을 정복했다며 극찬했다. 미국 대형 유통매장에 가면 후버 제품보다 가격이 2배나 비싼 다이슨 진공청소기가 소비자들의 시선이 몰리는 곳에 자리를 잡고 후버의 아성을 밀어내는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 수상 후보자들에게 다이슨 청소기가 부상으로 주어졌을 정도로 미국 주부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가전제품의 하나가 된 것이다. 다이슨 신화는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의 산물이다. 곰팡이와 박테리아, 진드기의 온상이 되는 먼지봉투를 없애는 기술을 개발해 세계 처음으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어낸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여기에는 ‘남들과 1%라도 달라야 한다’는 경영철학이 깔려 있다. 지난주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파빌론 전시장에서는 ‘2005년 한국 섬유전시회’가 열렸다. 중국의 섬유쿼터 해제로 저가 제품이 쏟아지고 있고 이탈리아ㆍ프랑스 등 유럽의 고급 상품에 밀려 한국 섬유산업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전시회에서 아이디어 제품으로 미국 바이어를 사로잡은 중소기업들이 눈길을 끌었다. 참숯을 이용해 기능성 양말을 만든 회사는 세계 최대의 유통 회사인 월마트 바이어와 대량공급 계약을 맺었고 원단에 물결가공 처리를 해 다른 제품과 차별화에 나선 업체는 미국 바이어와 수백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참숯 양말의 경우 가격은 미국 제품보다 3배나 비싸지만 기능이 뛰어나다 보니 월마트, 타깃 등 바이어는 물론 미국 굴지의 홈쇼핑 채널에서조차 먼저 계약을 맺자고 달려들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제품홍보와 판매를 위해 해외 전시장을 찾아 나선다. 올해도 홍콩 및 이탈리아ㆍ독일ㆍ두바이ㆍ뉴욕 등 해외 박람회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가격할인으로 바이어를 구하겠다고 나설 요량이면 아예 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다른 나라 제품들과 뭔가 달라야 살아남고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제품은 조금 비싸지만 기능면에서 이런 차이가 있다”는 멘트를 준비해야 한다. 다이슨의 신화창조와 참숯 양말의 미국 입성은 이런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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