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경전철의 현재는 실패라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참담하다.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16만명으로 예상됐던 하루 이용객은 실제 9,000명에 불과했다. 이대로 간다면 운영비로만 매년 470억원의 적자가 나고 손실보전금과 지방채 원리금 등으로 30년간 3조원 이상을 주민 혈세로 메워야 할 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년 신규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시정이 마비되며 애먼 주민들만 고통을 떠안게 됐다.
하지만 이게 어디 용인시만의 문제일까. 매달 20억원씩 적자가 쌓이고 있는 의정부 경전철, 개통조차 못한 853억원짜리 고철덩이 월미도 은하레일, 매각되기만을 기다리는 태백 오투리조트 등 전국 곳곳에 널려 있는 게 부실사업들이다. 사업성이나 살림살이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선심성 공약에만 매달린 죄의 대가는 이처럼 치명적이다.
용인의 주민소송은 지자체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몰아넣은 이들에게 끝까지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들은 주민을 무시하고 제 잇속만 채우려 할 때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이번 경고를 똑똑히 새겨들어야 한다. 경전철을 '제3기 지하철'로 바꾸고 부실사업을 주민 숙원사업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소용없다. 지자체장이나 공무원ㆍ민간사업자의 농간에 혈세가 샌다면 기다리는 건 주민들의 단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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