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이 사망하고 3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중국의 최근 25년이라는 세월은, 어떤 시각에서 보더라도 과거 5,000년의 역사 중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중국에는 아직도 커다란 갈등이 남아있으며, 중국인들은 여전히 마오쩌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 특파원을 지낸 저자의, 관찰과 경험에서 우러난 분석이다. 그는 "중국은 한편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변화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변화란 사회적 혼돈과 폭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점과 경제성장을 가리킨다. 반면 제자리걸음은 과거의 족쇄에 묶인 정치체제와 권력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당을 지적하는 것이다. 책은 저자가 중국 전역을 부지런히 다니며 수집한 중국 내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조망한다. 1부에서는 민주화 투쟁 중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사람들을 되짚었다. 정치가 자오쯔양(趙紫陽)은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에 대한 무력진압을 거부했다가 권좌에서 쫓겨났다. 민주화 운동의 성녀(聖女)로 불리는 린자오(林昭)는 문화대혁명 당시만 해도 광적인 마오주의자였으나 반체제 활동으로 수감돼 36살의 젊은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2부는 마오쩌둥 사후의 공산당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생존을 모색해왔는지를 추적했다. 3부는 중국의 과거 잔재를 떨치려 노력하는 보통사람들을 소개한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발병 후 중국 당국이 사실을 은폐하려 할 때 의사의 양심으로 이를 폭로해 확산을 막은 의사 장옌융(蔣彦永), 정부의 '한 자녀 운동' 과정의 권력 남용을 고발한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 일당 체제의 사회국가에서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기자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 등을 얘기한다. 책의 원제는 'Out of Mao's Shadow'이다. 아직까지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마오의 그림자에 대한 반추다. 중국의 미래는 민주화와 개혁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저자는 중국인들의 의지가 강건하기에 희망적일 것이라고 대체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 놓았다.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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