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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장 조성만 집중하고 특정 산업ㆍ기술 베팅 말아야

■ 조너선 베어스레시홀드 벤처스 창업자

조너선 베어

"정부가 할 일이요? 창업을 장려하고 세금이나 투자 정책을 잘 만들어줘야 합니다. 쉽게 투자 회수(exit)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요. 그리고 나서 정부는 물러서야 합니다."

최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미국 스레시홀드 벤처스의 조너선 베어(사진) 창업자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의 정부 역할에 대해 '욕심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엑손과 가트너그룹 등을 거쳐 1999년 스레시홀드 벤처스를 창업,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로 변신한 그는 전세계에서 강연하는 '스타트업 멘토'이기도 하다.

베어 창업자는 "정부는 그저 시장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지 특정 산업이나 기술ㆍ회사에 베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미국 정부는 2009년 태양광 패널 벤처인 '솔린드라'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4억달러 이상의 연방정부 차관을 대줬지만 2011년 솔린드라가 파산하면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다만 스타트업이 실패했다고 해서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베어 창업자는 강조했다. 베어 창업자는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며 성공 여부는 수년 후에나 판가름 나는 만큼 잘 만든 정부의 창업 생태계 육성정책이라도 단기적으로는 실패로 점철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 실패 사례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극복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수익을 위해, 또는 유망 기술과 인재 발굴을 위해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기업펀드(corporate fund)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베어 창업자는 "한국 기업들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구글이나 IBMㆍ시트릭스ㆍ셰브런 등 해외의 주요 기업들이 활발히 기업펀드를 굴리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이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고 벤처 생태계를 키우는 데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최근 '창조경제'를 화두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창조경제와 함께 국내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스라엘 모델에 대해 묻자 그는 "어떤 좋은 시스템이라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충고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베어 창업자는 해외 스타트업들에 자금을 지원해 자국에 유치하는 칠레 모델, '스카이프'라는 성공 모델 덕분에 새로운 스타트업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에스토니아의 사례 등도 제시했다. 스카이프를 창업한 에스토니아인 개발자들은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스카이프를 매각한 후 벤처투자자로 변신했고 이들의 성공 사례와 투자는 에스토니아의 창업 생태계가 풍성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베어 창업자는 주한 미국대사관 연사 초청 프로그램의 연사로 지난달 말 방한해 일주일간 숭실대ㆍ고벤처포럼ㆍ경기도중소기업지원센터 등에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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