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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학생부터 50대 전업주부까지
11월 졸업공연 오디션 준비로 분주
"미뤄만 온 꿈 다시 꾸고 싶어 참여
삶에 짓눌린 응어리 풀리는 느낌"
숨겨둔 재능·끼에 강사들도 감탄
나이도 하는 일도 동기도 다르다. 20대 대학생부터 30대 회사원, 40대 교사와 50대 전업주부까지. 저마다의 일상을 살던 이들은 매주 한 번 서울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에 모인다. 피곤한 발이 집 아닌 공연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 "연극이 그냥 좋아요." 열정만큼은 프로배우 못지않은 사람들. 이들은 서울시극단이 운영하는 '시민 연극교실'의 학생들이다. 연극교실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극단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연극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7~11월 주당 1~3회 진행되는 이 교육에선 수강생이 참여한 연극을 11월 실제 공연 무대에 올린다.
지난 8월 19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4층 연습실에서 만난 연극교실 화요일 반 학생들(월·화·수 3개 반임)은 11월 선보일 '한여름 밤의 꿈' 배역 오디션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춤을 추려 했는데 긴장해서…" 아쉬운 입맛을 다시는 이승아(여·50)씨에게 연극은 팍팍한 일상에 숨통을 틔워준 존재다. 젊은 시절 연극배우 생활을 했던 그는 결혼과 함께 연기를 그만뒀다. "아이도 키워야 하고, 살림도 해야 해 연극은 그저 마음 한 칸에 간직하고만 있었죠. 그러다 청각 장애를 가진 아들의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연극놀이를 시작했는데, 가슴 속의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현실에 치여 미뤄만 오던 꿈을 다시 꾸고 싶어 연극교실에 참여했어요."
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최서희(여·22)씨는 고등학생 때 연극동아리를 하며 연극의 매력에 빠졌다. 이날 오디션에서 연기와 함께 화끈한 춤사위를 선보인 그는 "연극을 통한 인간 치유와 상담을 전공에 접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교실은 일반인에게 연극을 어려운 장르가 아닌, 생활예술의 하나로 소개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수강생 중 배우나 극작가 지망생도 있지만, 대부분은 취미이자 자기 개발로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학창 시절 연극 경험이 없어도, 당장 연극 관련 업무 계획이 없어도 이 수업을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일에 치여, 삶의 무게에 눌려 살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왔기 때문일까. 교육에 임하는 열정 만큼은 전문 배우 못지 않다. 연극교실 강사인 서울시극단 단원 배우 이창직은 "수강생들의 끼나 재능에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강신구 배우도 "일반인에겐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교육과 다양한 주문이 오가는 오디션이 부담일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학생들이 프로 못지않은 열정을 보여줘 감동한다"고 전했다. 화요반의 '한여름 밤의 꿈'과 수요반의 '류시스트라테', 그리고 이주 결정되는 월요반의 작품 등 총 3개 공연은 11월 중 대중에 공개된다.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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