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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하는 경제민주화 입법] 15개 그룹 경영권 방어 6조 소요

대기업집단 금융계열사 의결권 5%로 단계 축소<br>■ 강석훈의원 법개정안 발의<br>삼성·현대차 등 직격탄… 투자·일자리 확대 차질


대기업집단 금융 계열사들이 소속 그룹의 다른 계열사 지분에 대해 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행 15%까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해 3분의1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치권이 제시한 규제보다 더욱 세진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ㆍ한화ㆍ롯데ㆍ동부ㆍ동양 등 15개 대기업집단이 적잖은 타격을 입으며 경영권 방어 등에 6조원 이상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재계는 우려했다. 경영권 방어 비용이 커지면 그만큼 시설투자 등은 줄어 일자리 확대와 신사업 개척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대기업집단의 금융∙보험회사들이 보유한 같은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전체 5%까지만 인정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금융과 산업자본간 분리를 강화하는 이 같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2월 하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로 선정됐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발표한 내용이다. 강 의원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을 지내며 관련 내용에 정통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보다도 규제가 강화돼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의원도 "대선 공약에는 단독 금융회사 기준으로 5%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인수위에서 전체 금융계열사를 합쳐 5%로 수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예를 들어 A그룹 소속 B보험사와 C증권사가 계열사인 BC전자 지분을 각각 5%씩 보유하고 있다면 현행법이나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적용해도 두 회사의 의결권은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개정안이 처리되면 B보험과 C증권은 BC전자에 대해 의결권을 5%까지만 행사할 수 있어 한쪽이 지분을 전량 매각하거나 두 회사가 나눠 지분을 5%로 줄여야 한다.

개정안은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예외는 인정하기로 하고 임원 선임과 정관 변경, 합병ㆍ영업양도 등에 대해서는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에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 최대 15%까지는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은 5%까지만 인정돼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1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개정안의 취지는 금융회사 고객 돈으로 기업 총수의 지배력을 유지ㆍ강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지만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크다고 재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걱정해왔다. 개정안도 이 같은 우려를 일부 인정해 금융∙보험 계열사의 의결권 합계 한도를 2014년 10%, 2015년 8%, 2016년 6%, 2017년 5%로 설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필두로 재계는 계열 금융회사가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을 축소하면 삼성 등 15개 기업집단이 영향을 받게 되고 6조원 이상의 주식을 금융회사들이 시장에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대기업과 대주주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6조원 이상을 새로 마련해야 하고 금융회사는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하며 소액주주들은 주가하락의 삼중고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비판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사용돼야 할 기업들의 자금이 경영권 안정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경기침체 심화 등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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