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고 끝에 25일 지방재정 보전대책을 내놓았지만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에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양측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지방재정에 5조원의 수혈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지방재정 순증액이 1조5,000억원에 불과하고 정부 주장대로 5조원이 확충된다고 하더라도 지방정부 건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2조원가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가운데 소득 70% 이하 노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기초연금 중 지방비에서 부담해야 할 부분이 1조8,000억원에 달해 파탄난 지방재정을 일으켜 세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5일 지방재정 보전 핵심대책으로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 전환비율을 11%까지 확대하고 지방소득세를 독립세로 전환하며 영유아보육료 국고보조율을 10%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지방정부에 5조원의 재정확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합동브리핑에서 "재원조정으로 연평균 5조원의 지방재정 확충 효과가 생긴다"며 "취득세수를 보전하면서 지방의 자주재원을 확충하고 재정운용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순증액은 1조5,0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5조원 중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보전분 2조4,000억원과 지방소득세 법인세분 세액공제·감면 정비를 통한 지방자치단체 자체 확충액 1조1,000억원을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재원은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인상에 따른 8,000억원과 장애인·정신·양로사업의 국고 환원에 따른 6,000억원, 내년 한시 예비비 지원에 따른 연평균 1,000억원 등이다.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지방재정 확충 추정액은 연 5조원이지만 순증액은 연 1조5,000억원가량"이라고 말했다.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약 2조원가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필헌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취득세 인하와 국가보조 복지사업 확대에 따른 지방비 추가 부담으로 위기에 직면한 지방재정이 적자전환을 면하려면 7조원을 보전해줘야 하는데 현재 확충 추정액은 5조원에 불과해 2조원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에는 기초노령연금 도입에 따른 부담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다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기초연금을 내년 7월부터 적용하더라도 내년 한해 동안 국비는 5조2,000억원이 들고 지방비는 1조8,000억원이 소요된다.
조기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입장에서는 순증액이 1조5,000억원에 불과해 2조원가량이 부족하다"며 "여기에 기초연금까지 합치면 순증액이 4조원가량은 돼야 지방재정의 애로를 타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크게 반발하는 것은 영유아보육비 국고보조율이 10%포인트 인상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조금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서울은 20%에서 30%로, 지방은 50%에서 60%로 10%포인트씩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 부담은 3조8,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줄어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현행보다 20%포인트 올려달라는 게 우리의 주요 요구내용이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의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무상보육 예산은 올해보다 1,000억원이나 증가한 1조1,654억원으로 이 중 지방비(시비+구비 포함) 부담은 현재 기준보조율 20%를 기준으로 8,297억원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안대로 10%포인트만 인상할 경우 서울시는 내년에 1,165억원을 더 부담해야 하고 무상보육 시행 전보다는 3,257억원을 더 부담해야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 등 지자체들은 급한 대로 내년 무상보육을 무리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국고보조율을 20%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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