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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두 노동자 인생에 담긴 사색의 향기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外 2권(에릭 호퍼 지음, 동녘 펴냄)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로 살며 독학으로 이룩한 에릭 호퍼의 독자적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 집(3권)이다. 호퍼는 가구 장인이었던 독일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은 고되고 외로웠다. 형제자매도 없고, 공교육도 전혀 받지 못했으며 어머니마저 어린 그를 안고 계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2년 후 세상을 떠났다. 그 즈음 저자 역시 사고의 충격으로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15세 때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한 후 호퍼는 혹 다시 세상의 빛을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한다. 방대한 독서량이 후에 20세기 대표적인 사회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 셈이다.

호퍼의 인생 기록이 풍부해지게 된 건 그가 캘리포니아에 정착해 부두 노동자가 되고 난 이후였다. 그는 1943년 45세에 부두 노동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저술 활동을 병행했고, 이 때 탄생한 것이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다. 일기에 가까운 글들을 읽어나가며 저자의 일상과 사색, 그리고 사색이 사상으로 발전되는 과정과 한 인간으로서의 감정까지 세세히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그의 에세이 집 '시작과 변화를 바라보며'는 1960년대 그가 잡지에 기고한 글 아홉 편을 모아놓은 책. 1960년대 미국 사회의 문제점과 사회 동향,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호퍼의 해법이 간결한 문장으로 힘 있게 표현돼 있다. 특히, 인간사를 보는 그만의 독창적인 관점을 엿볼 수 있다. 호퍼는 "인간이 완성되지 않은 불완전한 동물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인간의 고유성과 창의성의 뿌리가 되었다"며 "미술과 춤, 노래, 의식을 비롯한 여러 발명은 동물로서 부족한 면을 보완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인간의 영성은 동물성을 극복하려는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동물의 왕이 되기 위한 피나는 노력에서 태동한 것이다"고 말한다. 각각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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