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15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17부 3처 17청'이라는 윤곽만 제시하고 세부 기능 조정 내용은 담지 않았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법률안 형태로 국회에 제출되려면 실ㆍ국 단위까지 교통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인수위가 다음주 초쯤 세부 개편안을 발표할 때까지 부처 영역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정부조직 개편으로 기존 업무ㆍ기능 중 상당 부분을 떼어줘야 하는 부처들은 조직 사수에 필사적이다.
과학기술 부문을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내주고 '교육부'로 축소되는 교육과학기술부는 당장 대학 정책 업무를 지켜야 할 처지다.
대학에 적용되는 각종 제도와 연구개발(R&D) 지원, 산학 협력 등을 다루는 대학 업무는 현재 과학담당인 제2차관 산하의 대학지원실이 맡고 있다. 입시제도를 연결고리로 초ㆍ중등교육과의 연계성을 생각하면 대학 업무는 당연히 교육부처가 맡아야 한다는 게 교육 분야 공무원들의 논리다. 반면 과학 분야 공무원들은 대학이 출연 연구기관과 함께 R&D의 중추를 담당하는 만큼 대학 업무를 미래과학부로 이관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국립ㆍ사립대 지원과 장학 업무 등은 교육부가 맡고 연구중심대학 육성과 두뇌한국21 등 이공계 지원을 맡고 있는 대학지원관실의 일부 업무와 산학 협력 관련 업무를 미래과학부로 이관시키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래과학부는 대학 정책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업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타 부처의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7대 인수위 정부조직 개편 당시 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화전략 업무를 넘겨받았으나 이번에는 미래과학부에 도로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안전행정부'로 이름이 바뀌는 행안부는 '안전관리 총괄부처'로서의 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안전관리의 일환인 정보 보호기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인수위가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지식경제부도 성장동력실의 소프트웨어ㆍ정보통신산업과 관련된 5~6개의 과 단위 조직들을 미래과학부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다.
보건복지부 외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처로 승격되면서 두 부처 간의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식약청이 국무총리실 산하 독립기관으로 분리돼 나가며 복지부가 가진 식품 정책과 의약품 정책 기능을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업무분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특히 의약품 정책에는 안전관리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가격조정 같은 측면도 있는 것인데 이 업무를 어떤 식으로 쪼갠다는 것인지 도통 모를 노릇"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식약청 측은 "식약청를 처로 승격시키는 이유가 식품안전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조정하고 책임지라는 의미일 텐데 정책기능이 빠지면 말이 안 된다"며 "의료인ㆍ의료기관(의사ㆍ병원 등)의 관리는 지금까지처럼 복지부가 하고 이들이 다루는 제품(약ㆍ의료기기)에 관한 부분은 식약처가 책임진다고 하면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식품안전 업무를 식약청에 내주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부활하는 해양수산부는 이 기회에 기존 해양(국토해양부)ㆍ수산(농식품부) 업무에 더해 해양자원 개발까지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해양광물 개발, 조선, 플랜트 정책은 지경부가 담당하고 있다. 정보통신 관련 업무를 미래과학부로, 중견기업국과 지역특발전특구기획단을 중소기업청으로 넘겨야 하는 지경부가 해양부의 이 같은 영역 확대를 그냥 봐 넘길 리가 없어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경부는 산하의 우정사업본부도 지켜내야 하는 입장이다. 우편ㆍ물류ㆍ금융사업을 영위하는 전국 조직인 우정본부를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안부ㆍ국토부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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