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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문으로 거짓 간첩 자백… 국가가 11억 배상하라”

고문과 구타를 이기지 못해 간첩 혐의를 허위로 자백했던 재일동포와 그의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1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5부(이성구 부장판사)는 박모(63)씨와 그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윤씨 등에게 총 11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1976년부터 일본 오사카 소재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던 박씨는 1982년 한국으로 출장을 왔다가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강제연행됐다. 수사관들은 23일간 박씨를 곤봉으로 구타하거나 전기고문을 가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하며 간첩 혐의를 인정할 것을 강요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박씨는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의 자백을 했다. 같은 해 국가보안법위반 등으로 기소된 박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며 가석방으로 출소할 때까지 6년 3개월간 구금돼 있었다. 지난 2011년 재심청구를 한 박씨는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 판결을 받자 불법구금 등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보안사 수사관이 원고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고 수사과정 전반에 걸쳐 폭행·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해 자백을 받아내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게 했다”며 “이는 원고의 신체와 자유를 위법하게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해자인 원고와 그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씨가 불법구금으로 인해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돼 받지 못한 월급과 무죄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약 30년간 박씨와 가족들이 겪은 정신적·경제적 고통 등을 고려해 위자료 등 총 11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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