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사진)가 일부 주주로부터 이사회 의장직을 내놓으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주요 대주주 20명 중 3명이 게이츠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 이사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게이츠를 직접 겨냥해 퇴진을 요구한 사례는 처음이다. 실적부진을 이유로 연내 퇴진하는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게이츠의 퇴진 압박은 흔들리는 거함 MS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주들은 게이츠가 이사회 회장직을 유지할 경우 발머의 후임 CEO가 혁신작업과 새로운 경영전략을 짜는 데 장애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게이츠가 후임 CEO를 뽑는 특별위원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새로 뽑힐 CEO의 운신의 폭을 줄일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로이터는 "주주들의 퇴진 주장에 이사회 구성원들이 귀 기울인다는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게이츠는 지난 2000년 발머에게 CEO 자리를 넘기면서 경영 일선에서 빠졌고 2008년에는 회장에서도 사임하면서 MS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땠으며 380억달러 규모의 공익재단인 빌&멜린다게이츠재단 일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 개인주주로 이사회 의장을 맡아 MS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게이츠에게 퇴진을 요구한다는 소식에 시장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토드 로웬스타인 하이마크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게이츠는) 시대에 뒤처졌다"며 "그의 퇴진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MS에 숨통을 틔워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킴 포레스트 포트피트캐피털그룹 선임 분석가는 "그에게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MS에 없는 기술적 통찰력을 채워 줄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지난해 순이익 220억달러를 낼 정도로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 중 하나로 꼽히지만 업계의 주도권이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애플과 구글 등 경쟁사에 밀리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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