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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매이는 것 싫어 롤모델 따로 없어요

■ 로린 마젤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br>테크닉 보여주는 연주 넘어서<br>동작이 느껴지는 공연 하고파

사진제공=빈체로

2009년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식 알리기 행사. 이곳에 초청받은 피아니스트 조성진(19·사진)은 청중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지휘 거장 로린 마젤(83)은 조 군의 연주를 인상 깊게 지켜보고 두 달 뒤 자신이 만든'캐슬턴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당시 조 군은 마젤의 부지휘자와 함께 호흡을 맞춰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이후 언젠가는 마젤이 직접 지휘하는 무대에서 함께 협연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그 후 3년 여의 시간을 훌쩍 넘어 마침내 그는 꿈을 이루게 됐다. 조성진은 오는 4월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랑스의 거장 지휘자 로린 마젤이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유학 중 잠시 귀국한 그를 1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8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우승, 2009년 일본 하마마츠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3위. 이 같은 화려한 경력이 방증하듯 그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신예 피아니스트다. 그런 그가 지난해 9월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조 군이 입학한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은 국내 음악가들이 흔히 선택하는 유학지는 아니다. 그는"연주 테크닉만 배우는 유학보다는 모차르트와 쇼팽 등 파리에서 활동한 작곡가들이 살았던 흔적들을 더듬으며 문화를 몸소 느끼고 다양한 것들을 두루 경험하고 싶었다"고 했다. 정규 수업과 일정 시간의 피아노 연습을 마치면 그는 살 플레옐과 샹젤리제 극장을 드나들며 그리고리 소콜로프,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라두 루푸 등 다양한 연주회를 즐겨 봤다고 했다. 조 군은 현재 파리 고등음악원에서 미셸 베로프(64)를 사사하고 있다. 그는"베로프 선생님은 특별히 하나만 강조하는 가르침은 없지만, 프로코피에프나 스트라빈스키 같은'안무적인 음악'에 강한 분"이라며"단순히 테크닉적으로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닌 동작이 느껴지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닮고 싶은 피아니스트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추구하는 인물이 있으면 거기에 모든 게 얽매일 것 같아 따로 롤 모델은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좋아하는 음악가로는 라두 루푸(68)를 꼽았다."마치 하늘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청중을 경건하게 만드는'꿈 같은'피아니스트"라 표현했다.

그가 라두 루푸를'꿈 같은'피아니스트라 칭한 것처럼, 수 십 년이 흘러 어느 누군가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본인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닌 천재 피아니스트로 손꼽을 날도 결코 허황된 일은 아닌 듯 보였다. 찬찬히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19살 조 군의 말을 듣고 있으니, 지휘 거장 로린 마젤과의 무대에서 선보일 보다 성숙해진 그의 피아노 소리가 자못 기대되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조 군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한다.



"5개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중 오케스트라보다 피아노가 먼저 나오는 특별한 곡이에요. 특히 2악장은 아름답고도 슬픈 느낌이죠. 낭만적이고 신비스러운 곡 속에 베토벤이라는 인물이 지닌 기본적인 성격, 이를테면 운명에 맞서는 들끓는 열정과 카리스마까지 함께 담아내야 하는 곡이라 어렵기도 합니다. 2010년 협연 때 연주 이후 2년 반 만에 연주하게 됐어요. 감회가 새로워요. 베토벤의 의도를 어린 제가 아직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새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자유로운 마음으로 여러 가지 해석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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