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스포츠계는 '아시안게임 모드'로 접어들었다. 19일 개막하는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은 다음달 4일까지 16일간 성화를 밝힌다. 1986년 서울, 2002 부산에 이어 아시안게임을 세 번째 개최하는 한국은 선수 831명과 본부임원 60명, 경기임원 177명 등 총 1,068명의 역대 최대 규모 선수단을 내세운다. 목표는 금메달 90개 이상으로 5회 연속 종합 2위. 아시안게임 신기록인 금메달 200개를 노리는 중국이 1위를 예약한 가운데 한국은 일본과의 격차를 더 벌려 중국과 '아시아 2강' 체제를 굳힐 계획이다. 2010 광저우 대회 때 한국과 일본의 금메달 수는 각각 76개, 48개였다.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관심은 개막식과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 주인공에 쏠린다. 개막식은 19일 오후6시 인천 서구 연희동의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6만1,944석)에서 열리며 한국은 '효자종목' 사격에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개막식 키워드는 자랑 아닌 화합=그동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큰 대회에서 개막식의 초점은 개최지에 맞춰졌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장 큰 홍보의 장이라 개최지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데 개막식이 활용되고는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의 중국이 특히 그랬다. 돈과 인력을 아낌없이 투자해 자국의 우수성을 적극 알렸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의 개막식은 조금 다를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 총연출을 맡은 영화감독 장진씨는 "최근의 개막식은 개최국의 국력을 과시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경우 45개 참가국이 공감할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개막식 주제도 '45억의 꿈, 하나 되는 아시아'다. 조직위원회는 개막식뿐 아니라 대회 준비 단계부터 '아시아 전체'를 생각했다. '비전2014'가 대표적인 예다. 김영수 조직위원장은 "대회 유치 이후 비전2014 프로그램을 만들어 스포츠 약소국들에 전지훈련과 지도자·용품 등을 지속적으로 후원해왔다. 아시아 스포츠의 균형발전을 꾀하고 참가국 모두 시상대에 오르는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라며 "일부 국가에만 편중된 잔치가 아닌 아시아 전체가 공감하는 나눔과 배려의 대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금 90개 이상 전략은?=사격 대표선수들의 총구가 한국의 첫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 2관왕 진종오(35·KT)가 이번에도 선봉에 선다. 그는 오는 20일 50m 권총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진종오는 지난 9일 밤(한국시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50m 권총 본선에서 60발 합계 583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종전 기록 581점(알렉산드르 멜레니에프·당시 소련)을 34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결선에서 192.3점을 쏜 진종오는 세계선수권 개인전 사상 첫 금메달도 따냈다. 그는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두 종목 세계기록보유자라는 타이틀로 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됐다. 올림픽 통산 금 3, 은메달 2개를 수확한 진종오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세 차례 출전해 아직 개인전 금메달이 없는 징크스도 말끔히 씻어낼 각오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금메달 90개 이상으로 5회 연속 2위를 수성하는 것이다. 사격을 비롯해 양궁·펜싱·볼링·골프·태권도·테니스 등 7개의 메달 전략 종목에서 금메달 48개를 확보하는 게 1차 과제다. 2차 목표는 사이클·승마·핸드볼·하키·유도·근대5종·럭비·요트·레슬링·야구 등 상대적으로 우세한 10개 종목에서 금메달 27개를 따내는 것이다.
관건은 육상·수영·체조 등 19개 약세 종목이다. 여기서 최소 15개의 금메달을 따내야 목표인 90개 이상이 달성된다.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의 어깨가 무겁다. 아시안게임 수영 개인종목에서 2회 연속 3관왕을 차지한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4개 종목을 포함해 최대 7개의 메달에 도전한다.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보태면 선수단은 금메달 1개 이상의 강력한 추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2위 경쟁 상대인 일본이 육상과 수영에서 얼마나 많은 금메달을 가져가느냐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배드민턴·농구·복싱·카누·크리켓·공수도·조정·세팍타크로·역도·탁구·배구 등에서 기대 이상의 금메달이 배출된다면 한국은 훨씬 수월하게 2위 목표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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