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로이터통신은 구로다 총재가 양적완화의 깜짝쇼를 했음에도 자국민들에게 인플레이션이 경제성장에 이롭다고 설득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 1년반 동안 대규모 양적완화와 소비세 인상 같은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물가 상승세가 시원치 않을 뿐 아니라 체감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실제로 도쿄대가 20만가지 식료품 및 소비재의 일일가격을 추적해보니 해당 가격은 올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근원 인플레이션율도 9월에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로이터는 "아베노믹스가 시행됐음에도 물가가 떨어지면서 일본인들 사이의 '디플레 마인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나카노 지역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가오루 사카이씨는 "요금이 오르면 손님이 끊길까 봐 소비세가 인상된 후에도 요금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여력이 있는 사람들도 저가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등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금 위주의 일본 가계자산 구성은 디플레이션 선호심리의 강력한 원인이다. 일본 가계는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와 장기침체를 겪은 후 부동산이나 주식같이 경기에 민감하고 물가가 오를수록 이익이 되는 자산을 줄인 반면 현금·예금 등 물가가 떨어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자산으로 쏠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 가계의 현금·예금 비중은 53.1%, 연금·보험자산 비중은 26.7%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은 늘지 않고 물가만 오르는 최악의 상황을 일본인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33세 회계사인 요헤이 다나카씨는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월급은 제자리"라며 "인구가 줄고 산업생산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차라리 디플레이션이 낮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추가 양적완화 이후 임금인상, 규제철폐, 여성고용 확대 등 경제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을 게을리한다면 더 이상의 디플레이션 해법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마사키 가노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돈풀기로 시간을 버는 동안 성장전략과 재정통합 추진에 분발해야 한다"며 "만약 일본 정부가 엔저와 주가급등만 즐기며 게으름을 피운다면 결과는 참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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