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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의료법과 약사법, 의료기기법, 혈액관리법,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분쟁조정에 관한 법률 등 의료사고 사후처리에 관한 법률은 있지만 재발을 막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상일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환자 안전사고의 발생 확인과 원인 분석을 통한 재발 방지대책과 관련된 제도가 취약하다"며 "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에 포함돼야 할 구체적 방안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환자안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안전법의 가장 큰 틀은 '환자 안전 보고 체계' 운영이다. 의료사고의 신고와 보고를 활성화해 재발을 막자는 취지이다.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환자 안전사건을 자발적으로 보고할 경우 일정 부분 법적으로 보호를 받게 하자는 내용도 논의되고 있다.
이 교수는 "자율보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고자의 신원에 대해 비밀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그러나 표준에서 벗어난 의료제공자의 모든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니며 의도적으로 규칙을 위반했거나 중대과실이 있었던 경우는 마땅히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의료기관의 환자 안전 수준에 대한 평가와 결과 공개, 개선활동에 대한 기술적ㆍ재정적 지원 등 인센티브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환자와 의사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보다 구체적으로 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가령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는 개복수술과 내시경수술, 약물치료 등 각각의 치료법의 장단점과 그로 인해 예상되는 합병증이나 부작용, 발생 확률 등을 의무적으로 설명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료소송 등에서 의사의 설명 유무가 의사의 과실 유무를 입증하는 증거로 중요하게 반영되는 등 이미 기존 판례를 통해 강조되고 있으며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설명의 수준 변화를 용인하기 어려운 만큼 환자 설명의무 법제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 교수는 "환자 설문을 통해 의사의 설명, 친절, 질문에 대한 답변 정도를 평가하고 이를 공개할 뿐 아니라 인센티브와 연계하는 방식도 환자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고려해볼 만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의료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미국과 영국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환자안전센터 등 환자의 안전과 개선을 주관하는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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