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정부ㆍ공공부채 통계는 들쑥날쑥하고 헷갈린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1년 일반정부 부채는 468조6,000억원이다. 중앙ㆍ지방정부와 산하 비영리기관의 부채는 포함됐지만 공기업 부채와 공무원ㆍ군인연금 등의 장기충당부채는 빠져 있다. 회계연도가 끝난 지 3~4개월 뒤면 공시되는 상장기업 연결재무제표와 달리 1년이 지나야 발표돼 시의성도 떨어진다.
장기충당부채의 경우 수명연장에 따른 퇴직공무원ㆍ군인들의 연금수령 기간 장기화, 저금리 기조로 인한 기금 수익률 하락을 어느 정도 반영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재정통계의 투명성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가 이를 적극 반영하자 지난해 정부의 장기충당부채는 472조원으로 1년 사이 97조원(연금 95조원 포함)이 늘었다. 28개 주요 공기업과 388개 지방공기업 부채 426조원, 통안채 부채까지 합하면 공공 부문 부채는 1,5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1,272조원보다 20%가량 많다. 국민연금ㆍ사학연금 충당금이 빠졌는데도 이렇다.
정부는 문제가 생길 경우 상당 부분 혈세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을 공공부채로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 다만 순수성이 의문시되는 정략적 계산은 버려야 한다. 정부는 통안채 발행잔액을 금융 공기업 부채에 포함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모양이나 한은 내부에서는 정부가 한은의 예산과 운영 등에 대한 통제강화를 꾀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은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 대상이 아닌 이상 이런 구상은 온당치 않다. 새 통계기준은 투명성과 회계 통일성이 생명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