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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종된 금융산업 정책


"금융감독당국이 나무(규제)에만 관심이 쏠려 있어요. 숲(산업)은 누가 키우나요."

금융권 인사들은 요즘 쏠림 현상에 대해 걱정이 많다. 시중은행에 지나치게 공적역할을 강조하고 2금융권에 대한 규제는 너무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저금리ㆍ저성장 기조는 금융사를 이중으로 옥죄고 있다.

시중은행이야 아직은 굳건하지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ㆍ카드사 같은 2금융권사들부터 말라죽고 있다. 금융 생태계는 망가지고 있지만 누구 하나 금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틀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을 중국집에 빗댄다. 중국집 직원은 짜장면과 짬뽕을 만든다. 최소한 사장은 고급 코스요리와 신메뉴 개발, 재정관리, 가게의 경영방향을 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감독당국은 모두가 짜장면과 짬뽕을 만드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건전성 강화조치에 몰두하고 바로 결과가 나오는 서민금융지원 확대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는 얘기다.



건전성과 서민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모두가 여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을 때다. 가게를 어떻게 키워갈지에 대한 밑그림 없이는 망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크게 성공하기는 힘들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나온 금융허브 전략은 10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이다. 금융을 산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가계부채 문제와 저축은행 사태가 화두가 되면서 금융산업 정책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산업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사들의 건전성을 높이고 어려운 중소기업과 서민을 돕는 것도 좋지만 당국은 금융산업의 미래도 함께 그렸으면 한다. 1997년 이후 신규진입이나 퇴출이 없어 사실상 경쟁이 사라진 은행업은 어떻게 가져갈지와 정책금융기관은 어떻게 꾸릴 것인지 저축은행은 그냥 없애버릴지 같은 금융의 큰 그림이 나와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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