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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할인점의 외줄타기
입력2005-06-12 17:12:36
수정
2005.06.12 17:12:36
신경립 기자
<생활산업부>
“원래는 ‘메이드 인 코리아’로만 기획했는데 워낙 해외 수입품이 많이 들어오다보니 국산으로 제한하면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예외적으로 일부 수입품까지 포함시킨 겁니다.”
최근 국내 중소기업의 우수상품을 지원ㆍ발굴한다는 취지로 중소기업 박람회를 개최한 이마트 관계자의 말이다.
대형 할인점들이 요즘 들어 잇달아 납품업체와의 ‘상생’을 외치고 있긴 하지만 업계의 기본적인 방향은 ‘글로벌 소싱’이다. 다시 말해 수입에 힘을 싣는다는 얘기다.
이유는 한 가지, ‘싼 가격’이다. 같은 상품일 경우 ‘메이드 인 차이나’는 ‘메이드 인 코리아’보다 적게는 30%, 통상 60% 가량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니 저가 수입품 유입이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다.
여기에서 할인점의 위태로운 줄타기가 시작된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소비자 반응이 좋은 저가 수입품을 거침없이 들여와야겠지만, ‘선’을 넘어 버리면 당장의 이익과는 별도로 여론의 거침없는 매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산 김치 수입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홈플러스가 대표적인 예. 홈플러스는 중국산 PB김치를 국산 포장김치의 절반 가량의 가격에 수입, 판매했다. 하지만 농가를 중심으로 한 거센 반발여론에 밀려 한달도 채 안돼 판매를 중단했다. 국산 농산물 보존이라는 ‘대의(大義)’와 업체의 매출확대라는 ‘장사’ 논리 사이에서 발을 잘못 디딘 결과 따끔한 경험을 한 셈. 업체 측에 따르면 가격대비 품질면에서 막상 소비자 반응은 괜찮은 편이어서 나중에 다시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상생을 강조하는 ‘대의’와 소비자 편익을 내세운 ‘기업 논리’ 사이의 쉽지 않은 선택은 할인점 24시간 영업 문제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여당이 동네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 심야영업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할인점 영업시간 규제방안을 거론하는 가운데 할인점들은 소비자 편의와 시장경제 논리를 중시할지 상생 논리를 의식해 심야영업을 자제할 것인지를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커버린 탓일까. 총 24조원 규모의 유통 최강자인 할인점업계의 발걸음은 아직 불안하다. 이익과 상생을 잇는 외줄타기에서 각 업체가 균형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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