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새누리당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수용을 전제로 오픈프라이머리 (완전국민경선제)를 받을 수 있다고 ‘빅딜’을 제안했다. 문 대표는 최근까지 “모든 정당이 모든 지역에서 일률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문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오픈프라이머리 ‘찬성론자’였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최근 오픈프라이머리 카드를 꺼내자 다시 거북한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수용 입장을 들고 나온 배경에는 비노의 당 대표 흔들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비노가 경계하는 공천권을 내려놓으며 분란의 소지를 최소화하면서도 인지도가 높은 친노 인사들도 ‘문재인 측근 공천’이란 세간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국민 경선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신당·탈당설을 연일 흘리며 문 대표를 향한 공세에 여념이 없는 비노 진영은 문 대표의 주장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7·30 재보궐 전남 순천·곡성 선거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듯이 오히려 손에 잡고 흔들 수 있는 문 대표보다 국민의 철퇴가 더 강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날 문 대표의 긴급 제안에 “아직 당에서 충분히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엇박자를 보인 이유도 이와 같다. 당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로 인해 손해 보는 인물은 지역 민심을 잃고 당원의 높은 지지를 통해서만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라며 “적당히 문 대표를 흔들며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분들은 오픈프라이머리를 반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 대표로서는 국민의 여론을 무기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주장을 거절할 명문이 없었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김 새누리당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가 곧 개혁이라는 화두로 연일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야권에 유리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라도 여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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