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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락 총리 해임 결정...정정 불안 재점화?

야권 성향이 짙은 태국 헌법재판소에 의해 잉락 친나왓(사진) 태국 총리해임이 결정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돼 온 태국 정정불안 사태가 다시금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친정부 진영은 이미 헌재 판결을 앞두고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어 야권 지지세력과 거센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 헌재는 7일 오후(현지시간) 잉락 총리가 지난 2011년 타윈 플리안스리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위원장을 전보 조치한 사실에 대해 ‘숨은 의도(hidden agenda)’가 있다며 헌법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타윈 전 위원장은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반대하는 야당인 민주당 진영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헌재는 이날 내각에 대해서도 퇴진을 요구했다.

이번 판결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타윈 전 위원장의 전보와 관련해 권력을 남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잉락 총리는 이날 앞서 법원에 출두해 “나에게 제기된 혐의를 부인한다. 고위직 관료를 임면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부당 이득도 챙긴 적 없다”며 야당의 지적에 반박했다.

이번 판결은 2000년대 들어 계속돼온 정국 혼란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농촌과 서민 세력의 지지를 받는 탁신 진영과 기득권층 및 도시 중산층의 지지를 받는 반탁신 진영은 쿠데타와 소요 사태를 거듭하며 정권을 주고받고 있다. 헌재는 현재 태국의 기득권 계층인 반(反) 탁신 성향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태국 군부는 지난 2006년 당시 무혈 쿠데타로 탁신 정권을 무너뜨린 후 탁신 진영을 견제하기 위해 헌재 법관들을 탁신 반대파로 교체하고 권한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세력은 잉락 총리의 퇴진을 외치며 지난 해 11월부터 줄기찬 시위를 벌여왔다.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에 대한 사면을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잉락 정부는 올해 2월 반정부 시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총선을 강행했으나 헌재에 의해 무표판결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는 7월 총선을 재실시하기로 결정했었다.



잉락 총리는 이밖에도 정부의 쌀 수매가와 관련한 부패혐의 조사가 남아있다. 지난해 초 정부가 실시한 쌀 수매정책은 잉락 정권의 표밭인 농민 세력을 붙잡기 위해 막대한 재정손실을 감수하며 시행한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적받고 있다.

잉락 총리의 해임이 결정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친정부-반정부 세력이 한 층 거센 유혈 충돌을 빚을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친정부 세력인 ‘레드셔츠’ 시위대는 이미 7일 수도 방콕에서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레드셔츠는 2010년에도 방콕 중심가에서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에 대항하는 시위를 벌이며 군경과 충돌해 90여명이 숨지고 1,700여명이 부상한 바 있다.

잉락 총리에 반대하는 시위대인 ‘옐로셔츠’ 역시 앞서 5일부터 반정부 시위를 재개한 상황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작년 11월부터 이어진 시위가 장기화되며 시위 수위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레드셔츠 시위대가 또다시 대대적 투쟁에 돌입하면서 양측의 대결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까지 태국에서 소요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25명에 이르며 7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편 실각한 잉락 총리는 1967년생으로 탁신 전 총리 일가의 근거지인 치앙마이에서 출생해 대학에서 정치학과 행정학을 전공했다. 미국에 유학한 뒤 탁신 전 총리가 이끌던 정보통신 기업의 계열사와 부동산 개발회사의 사장을 역임했다. 2011년 탁신 전 총리의 후광에 힘 입어 조기총선에서 압승하고 정권교체를 이루며 총리에 올랐다. 그러나 취임 직후 50년만의 최대 홍수로 정치적 시련을 겪었으나 이듬해 6%가 넘는 경제성장을 달성해 높은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초부터 1일 300바트(약 1만원)의 최저임금제, 쌀 수매정책을 펼치며 기득권의 강한 불만을 샀다. 작년 11월 탁신 사면추진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되며 정치적 위기를 맞은 끝에 헌재의 판결로 정권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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