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청 학교평가위원으로 37개 대학에서 취업역량강화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점이 있다. 고용시장에 미스매치가 발생한 이유는 정부ㆍ학교ㆍ학생ㆍ학부모가 모두 동상이몽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특성화고생들을 비롯한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자신의 실력과 적성에 관계없이 막연하게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도 대학교 4학년 1학기, 다니던 법대를 자퇴하면서 인문계 고졸이라는 딱지를 달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래서 누구보다 고졸 취업자의 두려움과 보이지 않는 사회적 편견을 잘 알고 있다. 법대를 자퇴하고 창업을 결심했을 때 무척이나 많은 고통이 따랐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인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취업과 진학이든 꿈과 끼(재능)가 빠져 있다면 제대로 된 선택이라고 보기 힘들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저절로 잘할 수밖에 없다. 반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입사한지 1년도 안 돼 매너리즘을 겪고 불행함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만 탓할 게 아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스펙을 쌓게 하는 데만 급급하다든지, 연봉 높은 기업에 취업을 시켜야겠다는 생각만으로는 더 이상 답을 찾을 수 없다.
최소한 학생들이 후회 없는 진로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들의 꿈과 재능을 믿어주고 키워주고 펼치게 해주는 부모와 교사, 회사다. 직업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학생뿐만이 아니다. 학교ㆍ부모님ㆍ기업이 함께 변해야 지속 성장가능한 취업ㆍ진로교육이 가능하다.
단기적인 직업교육으로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학년ㆍ학과ㆍ개인별눈높이 교육으로 취업률보다 정착률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중장기 직업교육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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