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문매체 유로옵서버는 조반니 브라우치 이탈리아 외무부 외교안보정책국장이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연례 유럽 사이버 안보 회담에서 "이탈리아 마피아의 연간예산은 2,000억유로(약 296조8,000억원)가 넘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우치 국장은 또 "마피아는 예산의 10%만 국내에 풀고 나머지는 해외 각국에 투자한다"며 마피아가 국제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마피아의 예산이 EU의 2014회계연도 예산(약 1,400억로)을 훌쩍 뛰어넘는 셈이다. 물론 2,000억유로는 여러 기관이 내놓은 액수보다 많다. 집계가 어려운 지하경제의 특성상 마피아 경제규모 추정치도 제각각이다. 이탈리아 소재 다국적범죄 합동연구원은 1,050억유로, 이 나라의 주요 경영자협회인 '콘페세르켄티'는 1,400억유로에 달할 것로 어림잡고 있다. 이들 역시 EU 예산에 근접한 막대한 액수다.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명물(?)일 정도로 유명한 마피아는 시칠리아·나폴리 등 가난한 이탈리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불려왔다. 18세기 강도·산적떼로 모습을 나타낸 이들은 건설·매춘·도박·마약업 등에 진출해 엄청난 부를 쌓았고 현재는 금융업에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적으로도 미국·프랑스 범죄조직과 연계해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호주 등지까지 널리 퍼져 있는 실정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전세계에 흩어진 마피아 조직원을 2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취임한 마테오 렌치 총리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피아를 성토하며 이탈리아에서는 마피아 청소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에 젖은 돈을 천국으로 들일 수 없다"며 마피아를 강하게 비난해 주목받았다. 그는 마피아와 손을 잡았다고 의심받아온 교황청 자산관리조직 개혁에 착수한 상태다. 치안당국도 이달 초 로마 근교 오스티아에서 십수명의 마피아 조직원을 체포하고 수백만유로를 압수했다. 이탈리아 농민단체는 마피아와 관계된 이름을 상표로 쓰는 세계 각국 기업들에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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