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의사당에 울려퍼지는 교황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보수 야당인 공화당 유력인사들이 앞다퉈 '교황 따라잡기'에 전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권 민주당은 교황의 사회정의 실현 메시지를 최저임금·실업급여 인상 등 올해 행정부의 핵심 정책과 연결시켜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해 말 연설에서 소득불평등에 관한 교황의 신앙 권고문을 인용한 바 있다.
'푸드스탬프(저소득층 무상식권)'와 실업수당 감축을 주장해온 공화당 인사들도 교황의 발언을 잇달아 언급하며 당이 사회정의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2016년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폴 라이언 하원의원은 최근 교황을 "'빈곤과의 전쟁'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분"이라 치켜세웠다. 뉴트 깅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도 "교황은 당이 사회불평등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시작의 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미 정치권의 '교황 바람'은 가톨릭 신자는 물론 일반시민들도 불평등 해소에 앞장서고 있는 교황에게 큰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에 따르면 가톨릭 유권자는 미 전체 유권자의 24%에 달하며 지난 1972년 이후 가톨릭 유권자의 '표심'을 얻지 못하고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인물은 2000년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미 정치권은 11월 상원의원의 3분의1과 하원의원 전원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NYT는 "교황의 발언은 여야에 대한 정치적 격려가 아니라 복음에 입각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건강보험법 내 피임 조항 등을 둘러싸고 가톨릭과 대립각을 형성해왔고 공화당 유력인사들이 (남미 출신인) 교황을 '자본주의의 문외한'이라고 평가절하해온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정략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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