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은행들이 연준 심사에서 무더기 불합격 판정을 받은 가운데 이번 결과가 올해 말로 예정된 유럽 내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은행권 관계자들을 인용해 "올해 말 자체 건전성 평가를 앞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이 연준의 심사 결과에 상당한 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연준은 은행권 테스트 대상에 올해 처음으로 유럽계 은행들의 미국법인을 포함시켰다. 그 결과 총 5개의 불합격 법인에 영국 HSBC 북미법인, RBS 시티즌파이낸셜그룹 및 스페인의 산탄데르홀딩스USA 등 유럽 은행 3곳이 포함됐다. 스페인과 미국의 합작은행인 BBVA콤파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연준의 심사에 응한 모든 유럽 은행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셈이다. 이들은 미 씨티은행과 마찬가지로 5%의 기본자본비율을 충족했으나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능력, 내부통제 수위 등 '질적 기준'을 이유로 자본계획이 승인되지 않았다.
FT는 "지금까지 EU의 은행권 테스트는 너무 약하다는 비판을 받은 반면 연준의 테스트는 시장의 모범답안으로 자리매김해왔다"면서 "이번 테스트로 유럽 내 스트레스테스트가 대폭 강화되는 연쇄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시선은 벌써부터 연내 유럽의 은행감독권을 넘겨받을 ECB에 쏠려 있다. ECB는 오는 11월부터 유럽은행감독청(EBA)을 대신해 유로존 은행자산 종합평가를 담당하고 은행권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다. FT는 씨티그룹의 불합격 사례를 예로 들며 "첫 심사에 나서는 ECB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EU 대형은행에 메스를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ECB가 은행권에 요구되는 기본자본비율을 5%에서 6%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2월 유럽 대형은행인 바클레이스·도이체방크·크레디트스위스가 미 소매금융 시장에 본격 상륙함에 따라 2016년부터는 연준의 심사를 받을 유럽 은행들의 숫자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양대 중앙은행이 각기 다른 심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ECB가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연준의 기준에 맞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FT는 "불확실한 시장여건에서 연준의 심사강도가 높아졌다"면서 "연준보다 은행 수나 언어 등의 측면에서 보다 높은 장벽에 직면한 ECB가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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