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부실자산을 매입하기 위한 '민관합동투자프로그램(PPIP)'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미 금융 당국과 은행들 모두 PPIP 실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PPIP가 시행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최근 'PPIP 무용론'이 득세하고 있는 것은 은행들이 주가 상승 등으로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에 성공하면서 PPIP의 필요성이 반감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 시장이 안정될 경우 은행으로서는 굳이 자산을 헐값에 넘길 이유가 없어진다. 부실 자산을 분리해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확보하려던 미 금융당국도 은행 자산에 대한 가격 산정의 어려움 등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는 데 따른 부담감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 금융당국은 지난 3일 당초 7월부터 시행하려던 PPIP를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 쉴라 베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FDIC 사장은 "지금은 부실 자산 매입 계획을 실행하기에 시점이 적절치 않다"며 "은행들이 부실자산 매각 없이 자본 조달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새롭게 회복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규제 당국이 부실자산매입계획 자체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 의심하는 동안 미국 의회가 지출 규모에 대한 상한선을 설정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부실 자산 분리 계획이 늦어지면 은행들의 대출이 억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독자적인 자본 확충이 가능한 대형 은행들과 달리 중소 은행들은 자본 상각을 충분히 진행하지 않아 이 제도 시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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