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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의 숨겨진 속살, 박세당 고택 들러 7첩 반상 받아볼까

천상병의 '귀천' 詩想 어린 소풍길… 노강서원·신숙주 묘 등도 둘러볼만

박세당(1629∼1703)선생의 고택은 경기도 보물 93호이자 경기도 전통 종가 1호로, 연천 한옥호텔과 더불어 고택을 체험해볼 수 있는 가옥이다.

노강서원.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99호 의정부2동 성당. 1953년 이계광(요한) 신부가 당시 의정부에 주둔하고 있던 주한 미1군단의 군종 신부인 로제스키 신부의 협조를 받아 미1군단 가톨릭 신자들의 헌금으로 지었다.

고산떡갈비는 고기를 야채와 섞어 떡모양으로 빚어 구워낸 음식으로 쇠고기떡갈비와 돼지고기떡갈비 두 종류가 있다.

부대찌개의 원조집인 오뎅식당 허기숙 할머니가 부대찌개를 조리하고 있다.

박세당 고택의 7첩 반상.


의정부는 서울의 위성도시지만 생활권으로 보면 사실상 서울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의정부는 도봉산·수락산·사패산 등 수도권 시민들이 주말마다 찾는 산을 세 곳이나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의정부는 딱히 문화관광지라는 특장점을 자랑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정부는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관광지로서의 잠재력이 있다.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찾아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곳들이 적지 않다. 설 연휴 고향을 찾지 않거나 일찍 다녀온 사람들이 가볼 만한 곳들을 찾아봤다.

◇서계 박세당 고택=사람들은 고택체험이라고 하면 경북 안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굳이 안동까지 먼 길을 가지 않아도 의정부에서 고택을 체험해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였던 박세당(1629∼1703) 선생의 고택은 경기도 보물 93호이자 경기도 전통 종가 1호로 연천 한옥호텔과 더불어 고택을 체험할 수 있는 가옥이다.

정면 다섯 칸에 측면 두 칸 반 규모의 사랑채는 서계 선생이 저술 활동을 하던 건물로 누마루가 덧붙어 있는 乙(새을)자형 구조로 돼 있다. 사랑채는 동쪽의 수락산을 배경으로 왼쪽을 향하고 있는데 한옥들이 일반적으로 남향이나 남서향·남동향을 따르는 것에 반해 이 가옥은 방향보다는 배산임수의 자연 지세에 따라 배치돼 있다. 집이 지어진 것은 200년 전으로 본채는 많이 훼손돼 1958년 원형을 복원하려고 허물었다가 돈이 부족해 포기했고 현재는 사랑채만 남아 있다.

박세당 선생은 조선 현종 1년(1660) 과거에 급제해 여러 벼슬자리에 올랐으나 40세에 관직을 그만두고 이곳에서 학문연구와 후진양성에 힘쓴 실학자다. 또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체험한 것을 토대로 그의 대표적인 농학서 '색경'을 저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세당 고택을 지키고 있는 12대 종부 김인순씨는 "6·25 때 인민군 본부로 사용되는 동안 훼손되기도 했지만 다시 원형을 복원했다"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잘 보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관공서나 기업들이 외국인 손님을 접대할 때 숙박이나 식사를 요청하면 무료 봉사했었다"며 "2월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고택체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시 장암동 197. (031)836-8600

◇노강서원=노강서원은 인현왕후의 폐출을 죽음으로써 간언했던 정재 박태보(1654~1689)를 기리기 위해 숙종 21년 서울 노량진에 세워진 서원이었다. 하지만 한국동란 중 소실되자 1968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복원했다. 애초에 노량진에 세워졌던 이유는 박태보가 유배 도중 노량진에서 죽었기 때문이다.

숙종 27년인 1701년에 국가에서 인정한 사액서원으로 '노강'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폐쇄되지 않은 47개 서원 중 하나다.

◇정문부 장군묘=1977년 10월13일 경기도기념물 제37호로 지정됐다. 정문부 장군은 함경도에 북평사로 재임 중 임진왜란이 일어나 경성에서 이붕수 등과 의병을 일으켜 길주에서 적을 물리치는 등 승승장구했다. 정문부는 전공을 세워 길주 목사가 됐지만 인조 2년(1624) 당쟁의 와중에 무고로 죽었다. 그는 숙종 때 무죄가 해명돼 좌찬성에 추증됐다.

묘지 앞에는 신도비가 있는데 1708년 함경북도 길주군 주민들이 건립했던 것이다. 신도비에는 임진왜란 때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왜적을 무찌른 이야기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돼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돼오던 것을 남북한이 협력해 원래 있던 함경도로 옮겨 놓았고 묘지 앞에 있는 신도비는 함경도에 있는 진품의 복제품이다.

◇신숙주 선생묘=의정부시 고산동에는 신숙주의 묘가 있다. 부인 윤씨의 묘와 나란히 쌍분을 이루고 있으며 묘의 앞에는 묘비석·상석·문인상·신도비·한글창제사적비 등 각종 석물들이 있다. 그중 한글창제사적비는 최근에 건립한 것이다.

◇소풍길=소풍길은 의정부에서 태어난 시인 천상병이 그의 작품 '귀천'에서 이 세상을 '소풍'에 비유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이다. 마치 소풍을 떠나는 기분으로 의정부 구석구석을 구경하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인 셈이다. 의정부시를 둘러싸고 있는 도봉산·사패산·수락산·천보산·홍복산 등 대(大)구간 여섯 개 코스와 중랑천·부용천 등 시내를 가로지르는 소(小) 구간 세 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길이는 총 71.7km에 이른다.

■주변 볼거리

망월사

회룡폭포

행복로

■지역축제

천상병예술제 : 매년 9월

디지털아트페스티벌 : 매년 9월

통일예술제 : 매년 9월

달달한 고산떡갈비 할머니 손맛 부대찌개 군침 절로

■의정부 맛집



◇ 박세당 고택 7첩 반상=서계 박세당의 12대 종부가 양반가의 상차림을 재현해놓았다. 2월부터 예약제로 운영에 들어간다. 이 집의 모든 음식에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입맛이 무딘 사람이라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음식 맛은 정갈하고 기품이 있다. 2013년도에는 시의 지원을 받아 고택숙박체험·장담그기체험·전통혼례체험 등 다양한 체험도 운영한 바 있는데 다음달부터는 숙박체험도 선보일 계획이다. 숙박은 사랑채를 모두 사용하는데 1박 30만원. 7첩 반상은 1인분 5만원이다.

◇고산떡갈비=고산떡갈비는 35년 전부터 영업을 해오고 있는 의정부 맛집 중 하나다. 떡갈비는 고기를 야채와 섞어 떡 모양으로 빚어 구워낸 음식으로 쇠고기떡갈비와 돼지고기떡갈비 두 종류가 있다. 떡갈비 한 개의 중량은 300g으로 양이 1인분에 150g 정도하는 다른 고기류에 비해 두 배나 된다. 간이 적당하고 달달한 감칠 맛이 좋다. 식당 주인 고중훈(73)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몸이 불편하다"며 고사했다. 쇠고기 떡갈비(300g) 2만1,000원, 돼지떡갈비(300g) 1만3,000원, 열무냉국수 3,000원을 받는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1동 202의15, (031)842-3006

◇허기숙 오뎅식당(부대찌개)=같은 자리에서 54년째 부대찌개를 만들어 팔고 있는 집이다. 부대찌개는 사실상 이 집 주인인 허기숙(80) 할머니가 만들어 낸 요리다. 부대찌개집 상호가 오뎅식당인 이유는 허 할머니가 원래 이 자리에서 어묵장사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만들어 팔던 요리는 부대찌개가 아니라 햄볶음이었다. 미군부대에서 나오던 햄과 소시지 등으로 볶음을 만들어 팔다가 1988년부터 국물이 있는 찌개로 전환했다. 허 할머니는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미군부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판다고 세무서·경찰서에 무시로 불려다녔다"며 "하지만 이제는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했고 만화 식객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국물이 걸쭉한 다른 집 부대찌개와는 달리 국물이 맑고 짜지 않은 편이다. 맛을 내는 비결을 묻자 허 할머니는 "특별한 비결은 없고 찌개에 들어가는 고추장·김치·고기를 좋은 것으로 쓴다"고 말했다. 의정부경전철 중앙역 2번 출구를 나오면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초입에 있다. 의정부1동 220의58 (031)842-0423

/의정부=글·사진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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