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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온 국민이 탑승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눈물의 나날을 보낸 지 달포가 되었다. 무책임한 정부로 인해 국민들의 기대는 무너져 내렸고, 희망을 염원하던 노란 리본은 검게 변했다.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절망감과 뼈아픈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희생자들 또래의 고3 막내 아들에게 이 나라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 지 답답함이 앞섰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희망’을 얘기하려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철저하게 따지고 비극의 재발을 막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요구하는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범국민진상조사위 구성을 받아들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도 대국민담화를 통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과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고, 여야도 이미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의 뜻을 담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별법에는 여야정과 시민사회, 민간전문가, 피해자 유족 대표 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희생자 예우 및 유가족 지원,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라는 네 가지 원칙이 담겨져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을 대하는 여야의 입장차가 큰 것이 현실이다. 야당은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여당은 겉과 달리 속으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남은 가족과 희생자들에 대한 피해배상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그 책임 추궁에 따른 결과여야 한다는 사실을 새누리당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희생자 가족들이 역시 성명서를 통해 “치유의 시작은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자기반성이고, 그 완성은 철저한 진상규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은 희생자 가족들뿐만 아니라 집단적 트라우마에 빠진 우리 국민들을 치유하는 길이기도 하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국제 워크숍을 위해 지난 17일 한국을 방문한 아르헨티나 심리사회연구센터 에아티프(EATIP)의 루실라 에델만 박사(정신과 전문의)는 “세월호 사건은 집단적 또는 사회적 외상 사건이라 할 수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열차사고 같은 사회적 재난이나 집단적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발생한 뒤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과 정의’입니다. 집단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자에 대한 처벌 그리고 치유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 그 자체로 국민적 치유의 과정이라면, 그 출발은 범국민적 조사위원회 구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는 선원들이나 선사 말고 해경과 정부에도 큰 책임이 있다. 침몰 이후 구조와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정부가 진상규명과 수습책 마련의 주체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11테러 발생 전 정부의 잘못을 조사하기 위해 현직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백악관 방문 조사했던 미국의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처럼 우리나라 역시 실시조사 대상에도 성역과 제한이 없어야 한다. 특히 현 정부의 재해예방 및 국민보호의무 이행여부에 대한 조사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며, 위반 시 정부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 추궁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대한민국은 4. 16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다. 우리 아이들이 다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국가 시스템과 철학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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