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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실업과 경제의 유연안정성


고영선 차관


지난해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9%, 실업자는 38만5,000명에 달해 1년 전보다 각각 1%포인트, 5만4,000명이 늘어났다. 물론 고용이 7만6,000명 늘어나고 비경제활동인구는 8만1,000명이 감소했다는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층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올해에는 특히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청년층 일자리 문제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많은 대학에서 학생 취업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대학 당국과 교수들이 학생과 공동의 책임을 지고 취업준비를 시켜야 한다.

또 대학 스스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원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경쟁력 없는 기업의 자리에 경쟁력 있는 기업이 들어와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력 없는 기업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기업주를 위한 정책이지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모든 산업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청년 실업자 38만명 넘어 심각

노동시장 안에서는 중장년층이 청년층에게 기득권을 일부 양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하다. 내년부터 60세 정년이 점차 의무화되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청년고용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 바람직하기는 기업이 노사합의하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연공급을 줄이고 직무급 및 성과급을 늘려야 한다. 이는 유능한 청년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 변경요건이 합리화될 필요가 있다.

해고절차 역시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 기업이 젊은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고 기간제와 파견·용역 등의 형태로 고용하는 것은 필요시 인력조정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정규직을 해고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다거나 근로자의 성과가 매우 부진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노사 간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기존 판례 등을 바탕으로 해고절차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기업이 두려움 없이 젊은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

노조들은 그 활동이 청년고용 등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많이 고려해야 한다. 일부 노조는 아직도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든 적대적 투쟁 중심의 노조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물론 기업의 비상식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외 시장개방과 수시로 바뀌는 소비자 취향, 기하급수적인 기술발전에 따라 기업이 치열한 경쟁과 더욱 큰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노조는 청년 고용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기업의 채용방식도 바뀌어야겠다. 대기업들은 어차피 좋은 대학 나온 청년들을 뽑아 쓸 수 있기 때문에 학벌과 스펙에 의존해 안이하게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개별 직무에 적합한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 채용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할 때다. 그래야 대학생들의 스펙쌓기나 학점세탁 경쟁이 줄어들 것이다. 정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해고는 살인이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고용안전망을 대폭 확충해야겠다. 또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이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사·정·학 구조개혁에 올인할 때

역사적으로 국가의 흥망은 결국 청년을 포함한 비기득권층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가에 따라 결정됐다. 교육과 산업·기업·노동시장 등 각 부문에서 공정하고 엄격한 실적주의를 정착시키면서 낙오자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 지금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시스템적 개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적극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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