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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3월 20일] 선의의 경쟁
입력2009-03-19 17:28:36
수정
2009.03.19 17:28:36
유흥수(LIG투자증권 사장)
박태환 선수는 우리나라 수영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김연아 선수는 뛰어난 기술과 연기로 세계 정상에 오르며 대한민국을 피겨스케이팅 강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두 선수는 전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사랑을 받았다. 수영과 피겨는 단숨에 인기 종목으로 부상했고 제2의 박태환ㆍ김연아가 되겠다는 꿈나무가 늘어났다. 앞으로 그들이 박태환ㆍ김연아와 경쟁한다면 우리는 수영과 피겨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경쟁은 끊임없는 긴장과 창조를 유도해 발전과 진화의 원동력이 된다. 단 모든 참여자에게 경쟁이 의미 있는 행위일 때 다시 말해 선의의 경쟁이 펼쳐질 때 그러한 순기능이 나타난다. 참여자 다수로 하여금 경쟁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비정상적 경쟁구도는 독주체제를 만들어 결국 판 전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독이 될 뿐이다.
수년 전부터 증권업계 일각에서 보여준 수수료율 인하 경쟁은 약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은 회사는 어느 정도의 외형확대는 보장 받겠지만 조만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지뢰’를 떠안게 될 것이 뻔하다. 신생 증권사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당장 고객을 잃을까 봐 무시만 할 수도 없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체력을 키우지도 못한 채 체중만 늘리는 싸움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머지않아 엄청난 난관에 봉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신한 능력을 갖춘 정정당당한 승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약자적 시장 지위에 의해 별 수 없이 도태되는 패자만을 양산하는 이러한 경쟁은 발전적인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수수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정확한 시장분석과 적절한 투자전략으로 창출되는 수익에 비하면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부분이다. 투자자에게 눈앞의 수수료 할인보다는 투자수익으로 더 큰 만족을 주는 게 정도경영이요, 고객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주고 업계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게 상생경영이다.
박태환ㆍ김연아는 이미 1등이 됐다고 해서 자신들의 독보적인 지위를 지킨다며 수영장의 물을 빼거나 스케이트장의 얼음을 깨버려 다른 사람이 운동하지 못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한 우를 범한다면 대한민국은 또다시 수영 후진국, 피겨 불모지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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