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이 적용되면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임금체계가 바뀔 수 있다.
회사가 연공급 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호봉에 따른 기본급 상승 수준이 중장년층이 될수록 낮아진다.
18세, 35세 근로자의 기본급이 각각 105만원, 245만원이라면 호봉에 따른 평균 승급액은 두 기본급의 격차인 140만원을 17년으로 나눠 8만2,353원이 된다. 지금까지는 호봉이 오를수록 일괄적으로 이 액수만큼 기본급이 올랐으나 앞으로는 연령대별로 승급액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25세까지는 평균 수급액의 90%, 35세까지 110%, 45세까지 100%, 55세까지 80%, 60세까지는 60%를 지급한다. 36~45세는 호봉이 오르면 8만2,353원이 오르지만 56~66세는 4만9,412원이 오르는 것이다.
매뉴얼 설계를 주도한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소장은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40세 중반에 최고점에 이르러 이후부터는 정체하거나 서서히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난다"며 "중장년층은 호봉에 따른 임금 상승을 낮춰 생산성과 임금을 연동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능력과 업무의 난이도ㆍ중요도 등에 따라 기본급 상승 수준을 달리하는 임금체계가 도입된다. 개인의 직무수행능력을 반영하는 임금제를 직능급, 업무의 난이도ㆍ중요도를 주로 평가하는 임금제를 직무급이라고 한다.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지역 금속산업계는 이런 직능급과 직무급이 잘 반영된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
우선 개인의 능력은 숙련도·학력·경력에 따라 평가한다. 가령 숙련도의 경우 1등급은 '짧은 연습이 필요한 지식, 능력', 5등급은 '체계적인 속성훈련과 6개월 이상의 연습이 필요한 지식, 능력'으로 나눠 등급에 따라 3점에서 9점까지 점수를 차등한다.
업무의 난이도ㆍ중요도는 사고·행위재량·의사소통·동료지휘 등의 항목으로 나눠 살핀다. '사고'의 경우 1등급은 단순업무, 7등급은 혁신적 사고를 요구하는 복잡한 업무로 보고 등급에 따라 1~20점까지 점수를 달리 부여한다. 이런 각각의 점수를 합산해 해당 근로자의 기본급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것.
근속수당ㆍ김장수당ㆍ휴가비 등 각종 수당과 정기상여금 등이 포함된 복잡한 임금체계는 기본급+성과급 위주로 단순하게 바뀐다. 복잡한 임금체계는 근로자도 스스로의 임금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임금관리의 투명성이 떨어지는데다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 이상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 중 일부는 기본급에 흡수하고 나머지는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성과급을 늘리는 데 반영하는 방향으로 임금체계가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임금체계 개편은 기본적으로 사업장의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의 임금체계 개편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노동계는 능력ㆍ성과 중심 개편이 근로자의 임금 삭감을 초래할 것을 우려한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은 젊은 노동자가 많은 시대의 저임금체계인 연공급을 중고령 노동자가 늘어나자 직무·성과급의 저임금체계로 바꾸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연공급이 유지된 것은 기업에 가장 유리한 체계였기 때문이며 애초 노동자들은 연공급을 통해 생활보장적 생애임금을 보장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상여급에 성과를 반영하는 것도 상여금 성격을 부정기적이고 비고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정부 매뉴얼은 고령자 임금을 깎아 사용자 이윤을 보장하려는 편향적인 내용"이라며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성과급 확대는 노동자 임금 총액을 삭감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연공급은 우리나라의 부실한 사회보장제도와 업종, 기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지금의 복잡한 임금체계는 과거 정부가 임금 억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생겨난 것이고 이 때문에 각종 수당이 늘고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노사의 생각과 동떨어진 임금체계 개악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노사의 문제는 노사가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정부는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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