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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 잘못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물어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31일의 국회 원구성 협상 파행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짊어지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협상 결렬의 책임 소재를 놓고 신임 장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제안한 민주당과 이를 거부한 청와대, 당ㆍ청 간 사전 조율을 못한 한나라당의 책임문제가 제기되자 사전 진화에 나선 것이다. 대신 홍 원내대표는 오는 5일 이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자는 입장이다. 그는 1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심경을 밝힌 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와는 신뢰가 있으니까 서로 조속한 시일 안에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회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맡는 것을 포함해 여야 간 12대6의 비율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배분하기로 했던 양당 간 합의에 대해서도 “그대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원 원내대표도 큰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5일 이후 협상 재개 여부를 묻자 “그래야 한다”고 대답했다. 협상 재개시 백지상태에서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 “세상에 새로운 것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기존 합의 사항을 준용할 뜻임을 밝혔다. 양당 원내대표에 의하면 국회가 다음주 정상화할 여지가 충분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양당 모두 지난달 31일 협상 결렬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오해와 감정싸움을 털어버려야 한다. 협상 결렬의 단초가 됐던 장관 인사청문특위 구성은 사실 지난달 11일 홍 원내대표 측이 먼저 제안했던 것이다. 당시는 민주당이 강경 일변도로 치달을 때로 국회 상임위 구성이 늦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홍 원내대표가 고육지책을 짜낸 것이다. 하지만 정세균 민주당 대표 측이 청문회는 소관 상임위에서 해야 한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고 이후 양당은 오로지 상임위 구성에만 집중해왔다. 그러나 7월30일 민주당이 입장을 바꿔 인사청문특위를 역제안했고 이를 한나라당이 31일 수용했으나 청와대가 거부해 결렬됐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볼 때 양당과 청와대 모두 책임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청와대는 법을 지키기 위해 국회법에 어긋나는 장관 인사청문특위를 거부했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면 왜 지난달 11일 그런 입장을 미리 밝히지 않고 양당 간 협상 타결 직전에 찬물을 끼얹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나라당은 당청 간 입장 조율에 미숙했다는 점이 노출됐으며 민주당은 돌출 제안으로 협상을 꼬이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당과 청와대가 서로 책임을 지우면 이처럼 끝없는 소모전만 벌이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되도록 상호 원인 공방을 자제하는 게 국회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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