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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란 생각않고 연기 좀 맹하게 나왔더라고요"

“연기할 구석 많은 영화…코미디라 생각 않고 연기했죠”


“제 코미디 연기가 좀 전형적이어서 스스로도 코미디를 하는 게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연기할 구석이 많은 영화였어요.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말고 연기해보자 싶었죠.”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인 김혜수(40ㆍ사진)에게 코미디는 강점이 아니었다. 영화 ‘신라의 달밤(2001)’의 주란 역은 작위적인 설정만큼이나 어색했고 이후 코미디보다는 ‘타짜’처럼 카리스마 있는 배역에서 빛을 발했다. 그런 그가 한석규와 15년만에 커플로 호흡을 맞춘 영화‘이층의 악당’에서 코미디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털어냈다. 16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제가 유머를 읽는 센스가 없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코미디를 할 때 항상‘재미있게 해야지’라고 의식하다 보니 일차원적이고 전형적인 연기를 해 왔다”고 인정하며 “이번에는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김혜수가 연기한 ‘연주’는 남편을 잃은 중학생 학부모로, 일상에 지쳐 우울증을 앓고 있는 30대 중반 여성이다. 10대 때부터 ‘엄마’역은 수도 없이 해온 그지만 돈 타령을 하고 애와 싸우는 엄마 역은 처음이다.“시나리오를 봤을 땐 ‘연주’가 실속을 차리는 밉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연기한 것을 보니 헛점이 많고 약간 ‘맹하게’ 나왔더라고요.” 15일 열린 영화 시사회 객석에선 끊임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웃음엔 그의 말대로 맹하지만 진지하게 연기한 김혜수의 역할도 컸다. 어느덧 마흔이 돼 ‘중년 배우’의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된 김혜수는“20~30대 때는 시키는 대로만 해서 겉으론 화려했지만 속으로는 우울하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내 나이면 연기로 생계를 잇는 ‘직업배우’가 되고 잘해야 ‘카리스마 있는 시어머니’역을 맡았겠지만 지금은 문화의 실체를 주도하는 세대가 30~40대인 것 같다”면서 “앞으로 내 취향이 반영된 작품에서 마음껏 배우 김혜수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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