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4년부터 미국 기업도 미국과 유럽이 합의한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기업재무제표 및 공시서류를 작성하게 된다. 미국은 그동안 '일반회계기준(GAAP)을 고집해왔지만, 유럽과 합의한 국제회계기준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GAAP를 회계기준으로 채택한 한국 기업들도 IFRS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오는 2014년부터 미국의 모든 기업들이 회계기준을 현재 GAAP 시스템에서 국제기준인 IFRS로 완전히 전환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발표했다. SEC의 로드맵에 따르면 2011년에 IFRS를 공식 채택한 뒤 2014년부터 모든 기업들에 대해 IFRS 도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그 전에 시범 대상 기업을 몇 곳 선정해 IFRS를 우선 시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IFRS는 영국 런던 소재의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C)에 소속된 각국 회계 전문가들이 제정해 2000년대 들어 국제시장에 급속도로 확산됐다. IFRS는 자산의 조건과 종류를 유연하게 적용해 산업별, 자산별 규정이 세분화 돼 있어 혼란을 초래한 GAAP의 단점을 극복했다. IFRS는 모ㆍ자회사간 소유와 관련회사를 부외거래에 기록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까다롭다. 크리스토퍼 콕스 SEC 회장은 "주요 경제국가들이 갈수록 IFRS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미국이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미국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합류로 IFRS가 글로벌 단일회계기준으로 정착되면 전 세계 기업들이 회계비용 부담을 상당 줄일수 있다. IFRS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중심으로 100개국 이상이 채택하고 있으며 중국, 일본, 캐나다 등이 도입 단계에 있거나 GAAP와의 공용을 인가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2010~2011년까지 IFRS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SEC는 지난해 IFRS를 쓰는 외국 기업들이 미국서 활동 할 때 GAAP에 맞춘 별도의 재무제표를 제출하는 규정을 폐지하면서 회계기준 채택과 관련해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산출과 투자적 가치를 가늠하는 회계기준이 전면 바뀌는 것은 세금, 부채 등 중요한 재무관리부분에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미국의 엔론사태 이후 제정된 사베인-옥슬리법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도 해결과제다. 조엘 오스노스 딜로이트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들이 규제 중심의 GAAP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원칙이 우선인 IFRS를 어떻게 대할지 문제"라며 "이는 기존 인식을 바꾸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민간단체인 IASC가 만든 국제법이 세계적 회계기준이 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미국과 유럽의 금융당국간 공동 감사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