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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리빙 인기몰이

전세로 일단 살아보고 집 구입 결정하세요<br>수요자 전세 쉽게 구하고 건설사는 악성 미분양 털고 '윈윈'<br>분양 조건부 전세로 계약 후 소유권 이전 등기 필요 없고<br>중도금대출이자 면제 등 계약조건도 계속 좋아져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분양에 허덕이는 건설사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이른바'애프터리빙' 계약제도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애프터리빙을 통해 중대형 미분양을 상당부분 해소한 일산자이 단지내 전경. /사진제공=GS건설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전용 84㎡ 아파트에 보증금 2억2,000만원을 주고 전세를 살고 있던 김모 씨(50). 세월이 갈수록 쌓이는 세간 살림에 집을 넓혀 이사해야겠다 싶어 인근 서울시에서 분양한 은평뉴타운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조건부 전세'를 알아보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평소 즐겨 찾던 북한산도 가깝고 뉴타운으로 조성된 만큼 주거환경도 좋은 건 맘에 들었지만, 2년 후 분양을 받지 않게 되면 2,000만원이 넘는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계약조건 때문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이 아파트의 '분양조건부 전세' 조건이 파격적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최대 4년까지 살 수 있는데다, 4년 후 분양을 받지 않아도 위약금을 내지 않도록 조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미분양 아파트 전용 134㎡을 분양조건부 전세로 계약했다. 집은 두 배 가까이 커졌지만 전세금은 3,000만원 가량 늘어났을 뿐이다. 김씨는 "요즘같이 전세를 얻기도 어려운 시절에 새집에서 4년 동안 전세로 살아보고 분양 받으면 된다니 이만큼 좋은 조건이 또 나올 수 있을까요"라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실제로 김씨와 같은 이들이 많아서일까. 은평뉴타운의 대형 미분양 아파트 615가구는 파격세일 50여일 만에 '완판'에 성공했다. 전체 분양 가구 중 95%인 582가구가 2억2,000만원의 할인혜택보다는 분양조건부 전세를 선택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건설사의 갖가지 미분양 마케팅 기법 중 하나였던 이른바 '분양조건부 전세(애프터리빙)'가 이제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분양을 강제하다시피 했던 기존의 계약조건도 파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전세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 분양을 받지 않으면 물어야 했던 위약금 같은 일종의 '패널티'도 사라지는 추세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위약금이 없기 때문에 이미 분양에 대한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는데다 인근보다 전세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더욱이 적체된 미분양을 팔아야만 하는 건설사로서도 애프터리빙이 나쁜 선택만은 아니다. 비싼 금융비용을 물어가면서 팔리지도 않는 아파트를 계속 안고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전세를 끼고서라도 집을 사려고 했던 예전의 내 집 마련 욕구가 현저히 낮아진 데다 저금리 기조에 집주인도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는 '전세결핍' 시대에 이 같은 애프터리빙이 세입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년을 살아보고 아파트 구입을 결정해도 되는 시대. 일단 한 번 살아보고 매매 여부를 고민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여의도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이씨(41)는 지난해 말까지 2년여 간 일산자이 전용 85㎡에 전세로 살았다. 2년 전 두 명의 자녀와 조용하고 편안한 삶을 꾸리고 싶어 찾은 곳이 바로 식사지구다. 하지만 이 곳에서 지내는 동안 자녀가 1명 늘었고, 집이 이제는 좁다는 생각에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증권사 기획팀장으로써 대형면적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선뜻 대형 아파트를 구매하는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같은 단지에서 대형면적 미분양 물량을 '애프터리빙(After-Living)' 계약제도로 분양한다는 소리를 듣고, 망설이지 않고 전용 196㎡을 계약했다. 더욱이 계약하더라도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선택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경기침체. 거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하우스푸어가 양산됐고, 건설사는 악성 미분양에 여전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힘겨웠던 시장 상황 탓에 건설사의 분양 마케팅 기법도 진화를 거듭해 왔다. 계약자에게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중도금 무이자'나 분양가를 깎아주는 '선납 분양가 할인'은 이제 기본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분양가 보장제', 개발호재가 확정되기 전까지 일정 부분의 이자를 대납해주는 '이자지원제'등으로 무장한 아파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입주 후 웃돈이 붙지 않을 경우 그마저도 보전해주는 '프리미엄 보장제'도 등장했다.

이 같은 진화하는 분양마케팅의 최종판이 바로 살아본 뒤에 구입을 결정하는 이른바 '애프터리빙' 제도다.

경기침체로 주택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어 나온 궁여지책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 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결핍 시대…2년마다 1만여 가구 사라져=27일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주택 거주유형 가운데 월세 없는 순수한 전세주택은 376만6,930가구로 다섯 가구 중 한 가구(21.72%)다. 전세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1995년 384만4,964가구(29.67%)에 비해 7만8,574가구(7.95%) 줄었다. 통상 재계약을 하는 2년마다 약 1만500가구씩 전셋집이 사라진 셈이다.

이와 반대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은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매매 보다는 전세를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몇 년째 이사철이 다가오면 이곳 저곳에서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 수석연구원은 "세계 경제위기로 국내 부동산시장의 버블이 꺼지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할 유인이 사라졌다"면서 "집값이 계속 떨어지거나 정체된다면 전세 비중은 가파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프터리빙…수요자-공급자 '윈윈 전략'=전문가들은 이 같은 임대차시장 현실 때문에 최근에 분양마케팅 기법의 대세로 자리잡은 애프터리빙이 세입자에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전세 구하기가 어렵고 목돈 마련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전세 분양' 마케팅은 세입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SH공사의 은평뉴타운 사례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았던 대형 미분양 아파트가 애프터리빙에 나서면서 성공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위치한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해운대 위브더제니스'는 지난해 하반기 계약금만 내고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저스트 리브(Just Live)' 프로그램을 통해 남아 있던 300여채 중 280채를 팔았다.

건설사가 중도금(65~70%)의 이자를 2년간 대납해주고, 2년 후 계약을 원하지 않으면 계약금과 취득세까지도 돌려준다. 성공 후 미계약시 중도금 이자를 반납해야 하는 기존의 애프터리빙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악성 미분양의 대명사로 꼽히는 김포 풍무지구의 '풍무자이', 인천 검단신도시의 '검단자이'도 애프터리빙 계약제도를 통해 미분양을 모두 털어냈다.

◇애프터리빙 분양 단지 어디=현재 분양조건부 전세 상품 중 가장 주목을 끄는 곳은 두산건설이 일산 탄현동에 공급하는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신나는 전세' 계약 제도다.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임에도 입주에 필요한 금액은 120㎡(이하 전용면적)은 1억원대 중반에서 2억원, 145㎡은 2억원대, 170㎡은 2억원대 중반에서 3억대 초반에 불과하다.

특히 3년간 사는 동안 매달 최대 170만원(세전)을 받을 수 있고, 공용관리비도 건설사에서 대납해준다. 분양을 받지 않을 경우에도 납부한 금액은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일산 식사지구 위시티도 지난해 애프터리빙 계약제도에 배정한 물량 300가구를 넉 달 만에 모두 팔고, 최근에는 '뉴(NEW) 애프터리빙' 계약제도로 남은 물량의 분양에 나선 상태다.

뉴애프터리빙 계약제도란 기존 애프터리빙과는 달리 계약자가 계약 후 소유권 이전을 해야 하는 제도다. 3년간 살아본 뒤 분양을 원치 않을 경우 건설사에게 환매하면 된다. 환매 시에는 납부한 금액 전부를 돌려준다. 3년 간 살아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분양가의 28% 가량이다.

대우건설도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공급한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 주상복합 아파트에 '프리리빙제'를 실시하고 있다. 프리리빙제란 계약금 5%와 입주잔금 15%를 납부하고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계약제도로, 중도금 대출 및 거주 2년간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전액 면제된다. 환매시 지불해야 하는 취득세도 지원된다.

이 밖에도 김포한강신도시의 '우미린'ㆍ'신한실크밸리', 부산 연제구의 '연산자이' 등도 분양조건부 전세 계약제도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계약기간 만료후 분양 받지 않을때 위약금 내야 하는지 반드시 확인을

약정서도 꼼꼼히 살펴야

김상훈기자

'애프터리빙', '애프터리빙 리턴제', '프리리빙제', '저스트리브', '신나는 전세' 등….

통상 분양가의 20%의 내외의 금액을 내고 2년 동안 살 수 있다는 똑 같은 분양조건부 전세 계약제도임에도 이름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각 건설사마다 조건에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계약 전에 계약서뿐만 아니라 추가 약정서까지도 꼼꼼히 살펴 장단점을 알아본 뒤 구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위약금 문제다. 통상 계약기간 만료 후 분양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계약자에게 일정액의 위약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그 동안 건설사가 대납해준 중도금 이자를 다시 토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애프터리빙의 경우 계약 당시 내는 돈이 임대차보호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전세보증금의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사가 위약금을 제하고 계약금을 돌려 주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한 후 나중에 건설사가 다시 사가는 방식의 분양조건부 전세는 환매조건을 잘 살펴야 한다. 보통 이 환매에 관한 부분은 "계약자가 청구ㆍ요청할 수 있다"는 모호한 내용으로 적혀있는 경우가 많아 향후 법적 분쟁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환매의 주체가 명확히 건설사로 명시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유동성 위기 등에 취약한 업체가 공급하는 분양조건부 전세의 경우 계약 중 업체가 부도가 날 경우 본인의 구입 의사에 상관없이 집을 떠안아야 한다는 리스크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취ㆍ등록세 부분도 잘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분양조건부 전세제도가 향후 환매 시 취ㆍ등록세를 돌려주고 있긴 하지만, 약정서에 따라 전액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분양받기로 결정하는 경우에도 매입 가격이 기존분양가인지 아니면 할인 분양가이거나 시세인지 여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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